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참여했던 일본 주택업체 세키스이하임은 모듈러주택(규격화된 조립식주택)에 몰리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틀 동안 실시한 현장 선착순 청약에 30명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모듈러주택은 벽체 기둥 등 주택의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짜맞춰 건립하는 주거시설이다. 세키스이하임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주택은 10여채에 불과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인기가 떨어지고 모듈러주택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된 디자인 틀과 비싼 건축비로 외면받던 모듈러주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은 물론 디자인을 개선하고 다양한 마감재를 활용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모듈러주택의 대중화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계부터 입주까지 3개월이면 OK

모듈러주택의 최대 장점은 1~3개월이면 설계부터 입주까지 끝난다는 것이다. 또 친환경 세라믹 자재 등을 사용해 단열성이 높고 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관리비가 크게 저렴하다. 이사할 경우 자재를 분리해 집의 90%까지 옮길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은 한국시장에 특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사와홈은 온돌생활권인 한국 정서에 맞게 국내 판매용 상품에 건식 바닥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일본식 모델 상품 대신 동선 등을 한국 고객에 맞게 설계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내놨다. 하반기부터는 자재 공동구매 시스템을 도입, 기존 3.3㎡당 1000만원대 건축비도 600만~700만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연내 국내에 태양광 패널 지붕 공장을 짓기로 한 세키스이하임은 물류비 절약으로 모듈러 주택 건축비를 일반 철골 단독주택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각오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자재 공장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후발 국내 업체들도 ‘속도전’

국내 건설업체들도 깔끔한 디자인을 갖춘 전원형·도심형·한옥형·사무용 제품으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연초 130억원을 들여 충남 천안에 모듈러 공장을 세운 포스코A&C는 최근 서울 청담동에 직원용 임대주택 20여가구를 모듈러 형태로 공급했다. 건축비용을 3.3㎡당 300만원 수준까지 낮췄다. 포스코A&C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수도권 지역에 1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며 “현재 8층까지 쌓아올릴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을 확보한 만큼 곧 업무용 건물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공업은 최근 하루 25개 모듈러주택 공급이 가능한 시설을 새로 확보하고 막사와 영외 장교 거주시설을 모듈러 형태로 공급할 예정이다. 모듈러주택업체인 우창은 고층 모듈러주택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 최근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평균 8~10개월이 걸리던 한옥 건축을 모듈러 방식으로 1개월 만에 짓는 데 성공하면서 ‘한옥형 모듈 주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건축비와 유지보수비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모듈 주택의 장점이 다양하지만 시장이 초기 확장단계인 만큼 상품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할 것을 조언한다. 우선 건축비가 비싼 만큼 예산을 점검하고 유지 비용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활용 정도 등에 따라 관리비가 천차만별인 점도 유념해야 한다. 160㎡대(일본 상품) 기준으로 월 관리비가 20만원을 웃돌면 비싼 것으로 봐야 한다.

내부 동선이 생활 패턴에 맞는지, 해당 행정구역에 모듈러 주택 건축 관련 제한은 없는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