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리더십처럼 팔로어십도 중요"
하나금융그룹에는 회장실 문패가 없다. 하나HSBC생명빌딩 15층에 마련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방에는 ‘JT’라고 써 있다. 김 회장의 이니셜이다. 자세히 보면 J와 T 옆에 소문자가 붙어 있다.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다.

22일 이곳에서 만난 김 회장은 스스로를 ‘마무리 투수’라고 칭했다. 김승유 전 회장이 쌓아놓은 성과를 이어받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게 자신의 역할이란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김 전 회장과의 차이점도 분명히 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하나금융을 이끌어가겠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리더십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팔로어십도 중요하다”며 “리더가 방향을 세우면 팔로어는 그 방향 아래에서 반 박자 정도 앞서 나은 생각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회장실’ 문패가 안 보인다.

“조이 투게더 좋지 않나. 함께 즐기자는 게 내 마인드니까.”

▶김승유 전 회장은 자주 만나나.

“따로 만나지는 않고 여러 행사에서 자연스레 만난다. 회사 얘기는 별로 안 한다. 그래도 20년 이상 같이 한 나의 멘토인데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있다.”

▶김 전 회장과 다른 강점은.

“직원들이 김 전 회장 앞에서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를 어려워했는데 내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외환은행 노조가 여전히 하나금융을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이제 겨우 3개월 지났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알아갈 것이다.”

▶2015년까지 ‘글로벌 톱 50’가 목표다.

“현재 350조원대인 자산규모를 400조원까지 늘리고 자기자본도 30조원 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강점과 약점은.

“원래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과 가계 부문에 강하다. 반면 외환은행은 외환 부문과 기업금융 부문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두 은행이 조화를 이뤘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다. 다만 금융그룹 전체로 봤을 때 여전히 비은행 부문이 약한 게 단점이다. ”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나+외환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또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행복 디자인’이라는 브랜드로 은퇴 상품을 많이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그룹 내 자회사들은 물론 통신·유통·자동차 등 다른 업종과의 제휴를 강화해 ‘컨버전스(융합) 금융’을 선보이겠다.”

▶하나금융은 임직원 보수나 기업문화 측면에서 ‘짜다’는 평판이 있다.

“사실 우리가 은행 중에 직원들을 MBA에 가장 많이 보내고 있다. 군 출신도 뽑고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많은데 이런 점은 봐주지 않는 게 아쉽다. ”

▶조선·건설업종 등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금융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고 하는데 실상은 다르다. 원래의 업에 충실하다 어려운 회사는 금융사들이 힘을 합해 도우려고 한다. 국가 경제가 살아나야 우리도 돈을 버는 것 아니겠나.”

▶채권단이 지원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문제는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가 어려워진 회사들이다. 오너가 사리사욕을 채우다 망가진 회사나 주식·파생상품 투자를 하다가 재무구조가 나빠진 회사는 그 손실을 메워줘 봐야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우리도 알고 보면 애국자들이라니까(웃음).”

▶바젤Ⅲ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하나은행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권을 차환발행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후순위채 발행도 추진할 수 있다. 외환은행은 고배당 정책을 탈피하고 내부자본 축적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해외 매출 비중을 15% 이상으로 높여야 ‘진정한 글로벌 금융사’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지금 약 10% 수준이다. 해외시장 공략에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흥시장 진출 확대, 미주시장 재건, 아시아벨트 구축 세 가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 계획은.

“중간에 협상이 틀어진 미국 새한은행 대신 인수할 다른 현지은행을 찾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M&A를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 주가(22일 종가 3만6750원)는 적정 수준인가.

“지금 주가는 장부가치의 60%(PBR 0.6배)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주주가치만 따지면 회사를 당장 청산하는 게 더 이익일 정도다.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