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권파, 신당 차려도 40억 받아 '남는 장사'
통합진보당 신주류 측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옛 당권파인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게 오는 21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사퇴 신고서를 중앙당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사퇴를 거부하면 출당 조치를 취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이에 맞서 옛 당권파는 당원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당원비대위를 내주 초 출범시키기로 하고 세 규합에 나섰다. 어렵게 잡은 주도권을 순순히 내놓을 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이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결국 분당 수순 밟는 진보당

이·김 당선자의 출당조치가 가시화되자 두 사람은 지난 17일 당적을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옮겼다. 출당 조치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혁신비대위가 이들을 출당시키려면 해당 시·도 당기위원회에 제소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주류가 장악한 서울시당에선 힘을 써볼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옛 당권파의 세가 강한 경기도당으로 옮긴 것이다. 경기도당에선 제소장이 각하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소장이 접수돼도 90일까지 심사를 끌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당선자 또는 의원 신분과 당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옛 당권파가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은 내달 당 지도부 선출대회에서 신주류와 마지막 한판 싸움을 벌이기 위해서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옛 당권파 당원들이 혁신비대위에 맞서 당원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최후의 결전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세워 원내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옛 당권파는 곧 구성될 진상조사특위를 통해 신주류가 주도한 진상조사 보고가 편파적이라고 역공을 펴면서 전당대회에서 다시 한 번 당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 세력분포상 이들이 다시 당권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최대 지지세력인 민주노총의 지지를 상실했다. 이날도 42개 시·도당 위원장 가운데 32명이 혁신비대위 지지성명을 냈다. 결국 옛 당권파가 진보당을 떠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당 만들면 국고보조금 40억원

옛 당권파는 분당까지 각오한 듯하다. 세에서 밀리는 데다 이·김 당선자의 출당을 막을 수 없다. 이상규 당선자는 이·김 당선자에 대한 신주류의 출당 검토에 대해 “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김 당선자와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김선동(전남 순천곡성) 오병윤(전남 화순) 등 옛 당권파 당선자 6명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면 연 19억6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12월 대선에서 후보를 내면 19억6000만원 정도의 선거보조금을 별도로 받게 된다.

현 통합진보당(의석수 13석)은 연 28억원의 국고보조금에다 선거 때마다 28억원 정도를 받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