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재정비사업 구역에 대한 일제점검 일정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14일 사업 추진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할 정비(예정)구역 265곳과 사업구역 해제 요구가 강한 18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주민 의견을 물어서 주민 갈등이 격화되고 있거나 사업성을 잘못 판단해 재개발이 장기간 지체되고 있는 곳은 ‘정리’하고 사업 추진 의욕이 강한 곳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추정 분담금’ 알려주고 선택하도록

시는 재개발·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정비예정구역 159곳과 정비구역 106곳 등 265곳에 대해 6, 10월 두 차례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비예정구역은 큰 구역만 정해진 반면 정비구역은 구체적인 도로나 학교 등 기반시설이 이미 계획된 구역을 가리킨다. 구역이 많고 상황이 제각각이라 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을, 구청은 정비구역의 실태조사를 각각 맡는다.

추진위·조합이 결성된 305곳은 지난 2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주민(토지 등 소유자 10% 이상)이 요청하면 10월 이후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시는 일단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사업비 및 추정 분담금’이라고 판단, 감정평가원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를 상세히 안내해줄 방침이다. 작년 6월 개설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공개 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cleanup.seoul.go.kr)’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사이트의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에선 종전 자산평가, 기반시설 부담, 용적률, 역세권 시프트, 임대주택 비율, 일반분양가 등 실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의 각종 정보가 축적돼 있다. 이를 활용하면 주민들은 주먹구구식 수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구체적인 분담금 액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추진위 미설립지역은 개략적인 표준지 추정 분담금을, 추진위·조합이 결성된 곳은 10월 이후 개별 분담금까지 알 수 있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사업성을 면밀히 살피면 과거보다 분담금이 높아지는 지역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이런 정보를 갖고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 실태조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해제구역 예상보다 많아질까 우려

이번에 우선 해제되는 18개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17일부터 주민 공람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 절차에 들어간다. 실태조사가 이뤄진 구역은 구청장이 우편이나 직접투표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시는 투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를 얻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투표 결과 추진위·조합 미결성 구역은 주민의 30% 이상, 추진위나 조합이 있는 구역은 50% 이상 동의하면 구역 해제된다.

시는 주민 찬성이 압도적인 구역에는 전문가 지원, 공공관리자 업무범위 및 융자 지원 확대, 소형 평형 전환 절차, 심의기간 단축 등 행정 지원에 나선다. 해제 추진 지역은 리모델링 사업과 단독 또는 소규모 개발(토지합병) 방식, 주거환경 관리사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라 해제 요청 지역이 예상보다 많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았던 2006년까지는 재개발·재건축 희망지역이 많았지만 지금은 포기하는 구역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지분을 샀던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시 수백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태조사가 실시되면 밑바닥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이 설립된 정비구역들이 해제될 경우 평균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을 어떻게 지원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문제는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사항”이라며 “뉴타운 수습 방안은 오히려 주택 공급과잉을 예방하고 소형 주택 건축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이현일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