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년간 국민의 대표로서 활동할 국회의원을 막 선출했다. 총선 때마다 국민은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정직하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해줄 것으로 믿고 투표한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바람은 18대 국회는 물론 그 전 국회에서도 번번이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때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회가 되었고 때로는 면책특권에 숨어 부끄러운 행위를 방어하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했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그들을 심판했고, 다시 한번 간절한 바람으로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을 믿어보려고 한다. 이번에 국회에 새로 들어가는 초선 의원의 비율이 62%라 한다. 이 말은 이전 국회인 18대 국회의원들의 62%가 국민의 심판으로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국민은 나름대로의 기대를 가지고 18대 국회의원의 62%를 물갈이한 것이다.

좋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렴하고 윤리적인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공자도 논어에서 ‘수기이안인(修己而安人)’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먼저 자신을 어질고 착한 사람이 되게 하라. 그리고 나서 국민을 편안하게 하라’는 뜻이다.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윤리적인 활동을 하게 하려면 의원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제한하고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의원행동강령을 두어 의원직을 인수하기 전 직업과 관련한 활동을 신고하고, 의원 재임 중 수행하는 다른 업무를 신고하게 해 의원들이 비리에 물들지 않게 한다. 미국도 하원 의사규칙에 의원이 직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보수를 받을 수 없으며, 연설과 기고의 사례금을 받을 수 없고, 단일품목으로 50달러 이상의 선물은 받을 수 없으며 1년 중 한 곳으로부터 받은 선물의 총액이 100달러가 넘지 못하도록 해뒀다. 그리고 현금이나 현금등가물은 아예 선물로 받지 못하게 했다.

우리 국회도 국회법, 국회의원 윤리강령,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두어 의원의 청렴하고 윤리적인 활동에 관심을 두고는 있다. 그러나 이런 규범들은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해 적용에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내용이나 절차도 미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윤리문제가 발생해 사회에서 비판받을 때만 어떻게 하자고 일시적으로 지적하고 흥분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기된 윤리문제와 법률위반 사항을 검토해 아주 세부적으로 국회의원이 따라야 할 윤리준칙을 만들어야 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국회는 규칙으로 ‘공직자 행동강령’을 제정·운영해야 한다. 국회도 이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회의원윤리규칙’을 제정하고자 초안을 만들어 2009년 10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했으나 이 규칙은 아직도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곧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윤리규칙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률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윤리규칙을 오랜 기간 방치해 두는 것은, 자신의 행위준칙은 느슨하게 하는 반면 일반 국민에게는 엄격한 행위준칙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치주의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자신에 대한 규범을 엄격하고 세밀한 내용으로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추상 같은 책임을 물었을 때, 국회가 만든 법률이 비로소 존경받고 진정한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국회의원 윤리규칙이 하루 빨리 제정돼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 윤리규칙을 준수하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의정활동을 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청렴한 의정생활을 한 국회의원에게 다음 번 선거에서 표를 줄 수 있을 것이고, 경륜이 있으면서도 윤리적인 국회의원을 마음 놓고 믿고 국회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투명성과 청렴성은 바야흐로 21세기 새 정치의 화두가 돼야 한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명예와 자긍심을 지키면서 조속히 스스로에게 엄격한 국회의원 윤리규칙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김현 <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hyunkim@sechang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