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언급한 '스웨덴 연구기관의 한국 독재화 관련 연구 보고서'가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잘못 서술한 부실한 보고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한경닷컴이 확인한 스웨덴 민주주의 연구소 V-Dem이 발표한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에는 한국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술이 간단히 약 한 문단가량 담겼다. 그나마 그 짧은 내용 안에서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오류를 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이 보고서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으며 자유민주주의 지수(LDI)가 지난해의 28위에서 47위로 수직으로 하락했다고 썼다. 그런데 그 근거로 제시된 내용은 "부패 스캔들로 인해 일어난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대통령 탄핵을 끌어내며 지수 상승 계기를 제공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며 LDI를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며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성평등에 대해 공격하고, 전임 정권 및 야당을 향해 강압적 조치를 하며 LDI가 다시 후퇴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이 '권력 남용'을 언급하면서는 검찰 총장 재직 시 '직무정치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내용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특히 △2017년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퇴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16년에 퇴임했다고 쓰거나 △한국의 대선이 2022년이 아닌 2021년에 열렸다고 쓰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4년'이라고 잘못 기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독재 정권 시절 인권 운동가였던 그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박근혜 정부 이전으로 돌려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추켜세 웠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A4용지 10장 분량의 모두 발언하며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고 해당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는 "혹여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갖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라고 생각해달라"며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5월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여러 쟁점 법안 처리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지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책임 있는 자세로 5월 임시국회를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5월 2일 본회의는 반드시 개해 채 상병 순직에 대한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홍 원내대표는 "해병대 장병 순직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회법을 어기면서까지 특검법을 반대하는 건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전세사기 특별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민주당은 입법 공세의 배경으로 "윤 대통령이 총선 민의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날 영수회담에 참석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던 대통령의 답변을 외면하고 야당이 제기한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 의제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우이독경, 마이웨이 윤 대통령에 대해 실망이 컸다"고 했다.민주당은 회기 내에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은 물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단득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2일과 함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대비해 23일 또는 28일 두 차례 본회의를 열겠다는 구상이다.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21대 국회 마지막 국회의장의 소임을 다 해주실 것을 대변인 입장에서 강하게 말씀드린다"며 "국회법에 따라 5월 두 차례의 본회의 개의가 꼭 필요하다. 국회의장이 마지막 결단을 내려 국회의장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다해달라"고 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첫 영수 회담에서 김건희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가족 등 주변 인사"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을 놓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배려심'으로 해석하고 있다.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이 대표가 '가족 등 주변인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표현했는데, 우리 국민들의 민심을 전달하는 데는 필요했지만, 상대방에 대해 예우를 하면서도 에둘러 표현하는 게 예의상 첫 만남에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24에서 "김 여사라고 특정하지 않고 가족 등이라고 하신 것은 사실 굉장히 순화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보니까 상당 부분 신경 쓰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의 이름이 직접 거명되지 않은 데 대해 "일종의 배려다. 영수 회담을 하는 당사자로서 또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일종의 에티켓"이라면서도 "지금 김 여사 언급하면 방송 제지도 받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반면 국민의힘 인사는 180도 다르게 해석했다. 백지원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YTN24에서 "이 대표 본인도 지금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관련 이슈가 있기 때문에 (김 여사 이름을) 직접 언급하기 분명히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앞서 이 대표는 전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첫 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겨냥해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