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지역 찾아라 …강동·송파·평택·당진‘핵심’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가 꼽은 '진짜 노른자위'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신의 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을 대기 시작하는 종목들은 이들의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10년 뒤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장기 투자 마인드에 따라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떤 지역, 어떤 상품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까. 존스랑라살·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ERA 등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의 관심사는 누가 뭐래도 이들이 중심업무지구(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와 강남업무지구(GBD: Gangnam Business District)로 부르는 지역, 즉 서울 강북의 시청 주변 혹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 등의 오피스 빌딩이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이 많고 개별 주식의 가격이 비싼 대기업에 대한 투자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티븐 크레이그 존스랑라살 한국지사장은 “쉽게 말해 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크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지역의 오피스 시장은 수익률이 안정적이어서 투자 위험도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양인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 역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반에서 부동산 투자는 도심의 프라임급 오피스 등 위험이 낮은 자산 위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CBD 및 GBD의 오피스를 가장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다른 지역 및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연구·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ERA코리아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리서치 임원들은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하면 어떤 투자 상품이 가장 유망한가’라고 묻자 ‘수도권 및 기타 지역에서 아직 개발이 안 된 토지’를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강력히 추천했다.

서울 동부, 개발 호재 많아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가 꼽은 '진짜 노른자위'는
그렇다면 이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어느 곳을 꼽을까.

ERA코리아는 현재 수도권 내에서 투자 가치가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지역으로 서울의 동남부 지역을 꼽았다. ERA코리아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서울 송파구·강동구를 비롯해 하남의 위례신도시와 남양주를 아우르는 지역들”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가장 주목하는 이유는 그간 개발이 미진했던 이 지역에 여러 호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구리~서울~남양주~의정부~포천을 잇는 서울~포천 고속도로가 2016년 말 완공될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이 한층 더 나아질 전망이다. 또 사가정길~암사동을 잇는 7.9km 길이의 도로도 개통 될 예정이다. 사가정길~암사동 도로가 개통되면 지형적인 제약으로 우회해야 하는 강동·송파 지역과 구리시 및 중랑구가 곧바로 연결돼 서울 동부 지역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남 미사 지역에 ‘미니 신도시급’으로 건설 중인 보금자리 주택은 그간 개발이 뒤처졌던 이 지역의 가치 상승에 큰 힘을 싣는 요소다. 보다 장기적으로, 즉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 광주·여주·이천 등의 토지도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이 지역은 분당~여주 복선전철 개통 구간으로 개발이 덜 된 이 지역의 가치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인프라 투자 활발한 곳 ‘주목’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수도권 내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의 포인트로 네 가지를 꼽았다. ▷신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지역 ▷인구 및 산업 집중도가 높은 지역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역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이 네 가지 포인트다.

먼저 신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지역은 신분당선 및 9호선 연장 라인 주변을 들 수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이 지역의 오피스 물건을 특히 눈여겨볼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GBD 지역 중에서도 아직 입주가 덜 된 오피스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남 업무지역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기 때문이다. 또 용산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단군 이후 최대의 개발 사업’ 중 하나라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돼 있으며 그간 이 지역의 개발을 늦췄던 미군 부대 역시 철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인구 및 산업 집중도가 높은 지역으로는 서동탄(동탄신도시)을 꼽을 수 있다. 동탄신도시는 세종시를 제외하면 신도시로는 가장 큰 규모의 신도시다. 또한 인근에 삼성반도체 공장과 화성지방산업단지가 있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이 높다.

셋째,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신흥 상권 지역은 이태원·홍대·가로수길을 꼽을 수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이 지역 목 좋은 곳의 단독주택 또는 낡은 건물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상업 시설로서의 개발이 끝난 곳보다 앞을 내다볼 때 투자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환경이 좋은 곳으로 송도국제도시가 있다. 송도국제도시는제3 경인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강남권에 45분 내로 도착할 수 있다. 국내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삼성·동아제약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 지역에는 교육기관들도 속속 자리 잡으며 교육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에서 설립하는 송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칭)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또 연세대는 송도 국제캠퍼스를 활용해 레지덴셜 칼리지(기숙형 대학교육)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2010년 9월 문을 연 채드윅 국제학교는 2012년부터는 교육 범위를 넓혀 고교 과정을 운영한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첫 아시아 분교인 한국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가 407명 규모의 대학원 과정을 개설했다.

양인희 이사는 이 밖에 장기적으로 보면 “입지는 좋지만 자금 조달, 명도 문제 등의 어려움으로 중단된 프로젝트”와 “향후 개발 가능 물건이 없기 때문에 개발 가능한 토지”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전자는 대표적으로 서울 내 부실채권(NPL) 물건이다. NPL은 아파트나 기타 주택·토지 등 부동산을 담보로 한 부실채권을 뜻한다.

투자자들은 NPL을 싸게 사들인 후 경매를 거쳐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찰 받아 시세대로 매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차익을 얻는다. 실제로 경매 정보 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금융 위기로 NPL 물건 수는 2008년 4497개에서 작년 8544개로 3년 사이 9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낙찰가율은 도리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63.5%였던 낙찰가율은 2011년 67.2%로 3.7%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경매시장 전체 낙찰가율이 71.8%에서 69.5%로 2.3% 포인트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후자는 도시환경 정비 사업 등에 따른 정비구역 내 토지를 뜻한다. 도시환경 정비 사업은 도심·부도심 등 중심지 내에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업무와 상업 기능을 늘리는 사업 방식이다. 과거에는 도심, 마포 및 부도심과 일부 뉴타운 등에만 적용해 왔지만 ‘2020 도시 주거 환경 정비 기본 계획’을 새로 수립하면서 준공업·역세권 등의 지역에도 도시환경 정비 사업을 적용하게 됐다.

수도권 밖으로 눈 돌리면 ‘여수’

ERA코리아는 수도권 밖으로 눈을 돌리면 여수를 꼽았다. 이유는 여수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여수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0%를 웃돌 정도다. 건설 경기 침체로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전국의 상황과는 정반대다.

땅값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국토해양부 지가 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여수시 땅값은 지난해 2.21% 올랐다. 전남에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전달 대비 0.21% 오르면서 하남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ERA코리아는 여수 외에도 평택, 세종시, 창원·장유 지역, 강원도 지역을 꼽았다. 세종시와 강원도는 각각 행정수도 이전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 지역의 가치 상승을 이끄는 요소다.

평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투자가 가장 큰 호재다. 고덕면과 장당동 일대 3.96㎢(약 120만 평)에는 가칭 ‘삼성고덕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이는 기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약 3배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평택시 북쪽에 있는 진위면 가곡리 일원 2.65㎢(약 80만 평)에는 LG전자가 지난해 9월 6일 평택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6년까지 1조 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부지와 함께 3.33㎢(약 101만 평) 규모의 거대한 사업장을 평택에 형성하게 된다.

평택에는 2만50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창원·장유는 마산·창원·진해 등의 통합 후 공급이 부족한 반면 수요가 꾸준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원래 창원시는 지형적인 제약으로 신규 공급이 적었다. 반면 국내 최초 계획도시로서의 특성상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장유는 창원 인근의 신도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수도권 외 유망 지역으로 평창·당진·세종시·거제·제주를 꼽았다.

당진은 이미 국내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곳 지역 중 한 곳이다. 특히 서울에서 1시간대 거리에 있어 이미 수도권에 편입됐다고 봐도 된다. 이 지역에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국내 상위 6개 대형 철강 대기업이 한곳에 모여 있는 철강 산업의 메카다. 향후 25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송산 제2 산업단지(약 170만 평) 및 동부제철(약 100만 평) 등 총 6개 산업단지가 조성돼 준비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거제와 제주의 매력 포인트로 각각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이 있는 국내총생산(GDP) 최상위 지역이라는 점(거제), 일본·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지역이라는 점(제주)을 꼽았다.

양인희 이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강남과 용산 등 기존의 메인 투자 지역과 함께 그동안 저평가됐던 세종시와 제주 지역이 먼 미래를 볼 때 가치가 가장 많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누가 뭐래도 서울 도심과 강남의 오피스 빌딩을 가장 최고의 부동산 투자 지역 및 상품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 지역은 높은 가격 때문에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오피스 투자는 더욱 더 그렇다. 이 때문에 주목받는 게 강남 지역의 중소형 건물이다. ERA코리아 관계자는 “환금성을 고려할 때 중소형 건물은 강남 지역에 대한 투자가 아직까지는 가장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남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그동안 저평가돼 왔던 지역을 꼽는다. 먼저 분당선 학여울역에서 영동대교 남단으로 이어지는 영동대로 구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으로 지목된다. 이 일대는 쾌적한 환경에 힘입어 임차인 선호도도 높아 공실률도 낮다. 또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이어지는 구간도 유망지로 꼽힌다. 이 구간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며 롯데타운 건설, 남부터미널 부지 개발 등 대형 호재와 함께 테헤란로 업무지구가 이곳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또한 강남역 삼성타운 인근도 투자 적지로 꼽힌다. 삼성그룹 연관 업체의 임차 수요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호텔과 물류 창고도 외국계 컨설팅사들이 조용히 주목하는 투자 대상이다. 실제로 서울권에서는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여러 투자자들이 호텔 짓기에 나서고 있다. 물류 창고는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산업 부문에서 유통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물류 창고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