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한 지방도로를 빠져나와 쭉 뻗은 고속도로에 갓 진입한 격이라고 할까요.”

김범수 미동전자통신 사장(54)이 진단한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의 현 주소다. 미동전자는 KAIST 공학박사 출신의 김 사장이 2009년 세운 블랙박스 전문기업. 자체 브랜드 ‘유라이브(Urive)’ 등을 앞세워 창립 2년 만인 지난해 143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430억원이 목표다. 그는 “1분기 매출이 이미 100억원을 넘었고 하반기로 갈수록 업황이 더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계획 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핑크빛 전망은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블랙박스는 일본에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 2년 만인 2011년 1000억원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배가 약간 안 되는 28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8% 수준인 보급률도 연말에는 20%에 육박할 전망이다.

거침없는 성장세는 “블랙박스가 억울한 교통사고의 구세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보험업계가 최근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보험료를 최대 5% 할인해주는 게 방증이다. 누구 과실인지 쉽게 알 수 있어 보험사고 처리가 수월해지는 덕분이다.

이런 이유로 신규 진출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블랙박스 업체는 지난해 110여곳에서 올해 170여곳으로 55% 증가했다.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 등 내비게이션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제조 판매를 모두 갖춘 기업은 미동전자, 팅크웨어, 파인디지털을 비롯해 5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올해는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기술력이다. 업계 최초로 차선이탈시스템 기능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전기차용 ADAS도 개발 중이다. 소음이 적은 전기차가 보행자 주변을 지나갈 때 가상 엔진 소리를 내는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를 개발 중이다. 그는 “전·후방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투 채널’ 블랙박스를 처음 선보인 건 미동전자”라며 “시야각이 넓으면서도 화면 왜곡은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블랙박스의 주차 기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주차 시 차량에 문제가 생겨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전압차단장치가 있어 배터리가 일정 전압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미동전자통신의 재무구조는 탄탄한 편이다. 김 사장은 “차입금은 제로(0)지만 현금자산은 50억원에 달한다”며 “안전 운전을 돕는 자동차 전장 특화 기업으로 성장해 스마트카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최근 우리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