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7일 오후4시17분 보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력기업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빅3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 핵심 계열사의 CFO일수록 국내외 현장 근무를 통해 실적과 성과로 능력을 인정받아 중용된 인물이 대부분이다.

‘현장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특유의 용인술이 재무담당 임원 인사에도 반영돼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HMA)과 인도법인(HMI)에서 실력을 검증받아 발탁된 이원희 현대차 부사장(52·재경본부장)과 박한우 기아차 부사장(54)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처럼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경리 출신’이 현대차그룹 재무라인에 두루 포진해온 것도 특징이다. 계열사별로 재경본부(재무·회계)와 경영지원본부(총무·인사)의 기능을 분리해 각각 전문성을 살리도록 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해외에서 검증받은 이원희·박한우

현대차 CFO인 이 부사장은 재무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通)’으로 꼽힌다. 경남 김해 출생으로 서울 대광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 대학원(회계학 석사)을 나왔다.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줄곧 재경업무만 맡았다.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이사대우), HMA 재경담당 이사·상무를 거쳐 2009년 12월 재경본부장(전무)에 올랐고 작년 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HMA 재무담당으로 일할 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실적을 호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재경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수익성 개선과 신용등급 상향 등을 이끌어내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이 부사장은 계열사인 현대로템 감사도 맡고 있다.

지난달 기아차 재경본부장이 된 박 부사장은 HMI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1982년 현대차 재경본부 회계 담당으로 입사한 그는 입사 초부터 재경업무를 맡았다. 2003년 HMI에 파견돼 재무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 인도법인장 때 ‘i10’ ‘i20’ 등 현지 전략형 모델들을 잇달아 히트시켜 현대차를 인도 자동차시장 2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작년 9월에는 현지의 저가차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800㏄급 ‘이온’을 선보여 판매 실적을 높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상고, 단국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현대정공’ 출신 재무 전문가

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로템은 옛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들이 ‘안방 살림’을 맡고 있다.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54·재경사업부장)은 1987년 현대정공 경리부로 입사, 지금까지 재무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경북 예천 출생으로 대창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모듈을 핵심 영역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재무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모비스가 2008년 현대로템으로부터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 핵심부품 제조 부문을 인수하고 2009년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인 현대오토넷을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으로 일했다.

강학서 현대제철 부사장(57)은 현대제철에서 이사와 전무를 거쳐 2009년 1월 재경본부장에 올랐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의상고(현 성의고)와 영남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석사)을 나왔다. 1982년 현대강관(현 현대하이스코)에 입사, ‘철(鐵)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철강 원가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현대제철이 1·2·3 고로를 건설할 때 9조4850억원의 필요자금을 원활하게 조달, 능력을 인정받았다.

1·2 고로가 정상 가동함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 9월 완공되는 3고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영곤 현대로템 부사장(56·경영지원본부장)은 현대제철 재경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하다 2009년 1월 인사에서 현대로템으로 옮겼다. 통영고·충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현대정공 울산공장으로 입사한 뒤 카스코와 현대모비스(경리부장·재경담당 이사·상무)를 거쳤다.

김윤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이사(50·재경본부장 겸 재무운영실장)도 현대정공에서 처음 일을 배웠다. 오성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6년부터 현대정공에서 12년간 일했다. 2010년 현대캐피탈로 옮겼다. 지난 2월 현대캐피탈이 스위스 채권시장에서 2억스위스프랑(2434억원) 규모의 공모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데 기여했다.

◆‘1인 2역’하는 CFO

이상국 현대하이스코 상무(52)는 재경본부장 외에 미래 사업을 구상하는 전략기획실장도 같이 맡고 있다. 입사 이후 27년간 현대하이스코 재무 쪽에만 몸담아온 재무통이기도 하다. 대구 출생으로 성광고와 경북대 회계학과를 나와 1985년 현대강관에 입사했다. “현대하이스코 재무에 뼈를 묻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회사의 재무 사정에 밝다는 평을 듣는다. 2006년 이사대우로 승진한 뒤 2010년 1월 상무가 됐고 지난 1월 재경본부장에 임명됐다. 현대강관 대리~과장 때 미국 휴스턴법인의 재무를 맡아 해외 현장 경험도 쌓았다.

원종훈 현대파워텍 전무(51·재경본부장)는 현대건설 현대캐피탈 HMC투자증권을 거쳤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서울대와 KAIST를 졸업한 뒤 1985년 현대건설 재정부에 입사했다.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현대캐피탈 전략기획본부장, HMC투자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2009년 현대파워텍 재경실장에 올랐다. 작년 12월 재경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원 전무는 회계·원가관리·재무뿐 아니라 사업기획도 총괄한다.

이건호/최진석/전예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