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빌딩매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비즈니스호텔로의 리모델링을 목적으로 한 빌딩매매가 늘면서 최근 강남권 빌딩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최근 3년간 외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호텔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8월부터 용도지역 2개 이상에 걸쳐 있는 땅에 건물을 신축할 경우 용적률 산정기준이 바뀌는 것도 한 요인이다. 용적률 감소를 우려한 대로변 노후 건물의 주인들이 신규 건축허가를 받아서 잇따라 매물로 내놓고 있어서다.

◆강남권 빌딩 거래 활발

빌딩거래 컨설팅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업체가 16일 집계한 올 1분기 서울 빌딩매매 건수는 54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6건이 강남·서초구에서 이뤄졌다. 강남권의 경우 하반기에 시행될 복합용도지역 토지에 대한 신축용적률 하향 조정과 호텔개발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빌딩매매가 크게 늘고 있다.

빌딩거래정보업체인 알코리아의 황종선 대표도 “올 1분기 빌딩매매는 작년 4분기보다 20%가량 늘었다”며 “지금 추세라면 2분기에도 매매시장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협 원빌딩 팀장은 “빌딩 임대수익률은 보통 4~4.5% 수준으로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투자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빌딩매매 중개업체인 ERA코리아의 김관 부사장은 “특히 강남권은 50억~300억원대 중소형 빌딩은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바로 매매가 이뤄질 정도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호텔과 임대수익형 사옥 개발 급증

사옥과 임대 겸용 목적으로 빌딩용지 매입에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는 최근 직영학원을 건립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 인근의 대지(1039㎡)를 224억원에 사들였다.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하철 역세권 인근 부지는 매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을 겨냥,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하기 위한 빌딩매입도 늘고 있다. JR자산관리는 지난 2월 지상 16층에 연면적 1만9433㎡인 명동1가의 센트럴빌딩을 878억원에 매입,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을지로5가 라마다동대문호텔은 부동산임대업체인 정광피엔아이가 호텔투자용으로 노무라이화자산운용으로부터 367억원에 사들였다.

◆8월부터 용적률 조정…가격 상승 기대감

서울 청담동 도산대로변 5층짜리 건물(대지 662㎡) 소유주 A씨는 작년 말부터 건물을 팔려다 최근 마음을 바꿨다. 전체 대지의 절반(55%)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에, 나머지는 일반상업지역(용적률 800%)에 포함돼 그동안 250%에 그쳤던 용적률이 8월부터 47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는 8월2일부터 시행되는 국토계획법 개정안에 따르면 용도지역이 2개 이상 걸쳐있는 땅의 용적률은 각 토지비율로 가중평균해서 합산된다. 이 때문에 상업지역 비율이 큰 대지의 소유주들은 최근 건축사무소를 찾아 컨설팅을 받거나 신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오동협 원빌딩 팀장은 “주거지역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건축주들은 벌써부터 용적률 상승 기대감을 시세에 반영시키고 있다”며 “용적률 손실이 우려되는 경우 미리 건축허가를 받아 놓으면 2년까지 신축유예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진수/문혜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