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리센츠(옛 주공2단지) 전용면적 27㎡의 매매가격은 3억7000만~3억8000만원 선으로 올 들어 보합세다. 반면 전용 85㎡는 8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최소 5000만원 떨어졌다. 잠실동 에덴공인 관계자는 “초소형은 매매가격이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중대형은 서울시 정책과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 출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전용 30㎡ 안팎의 초소형 아파트들이 불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틈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으로 공급된 이들 상품은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주거 쾌적성이 높은 데다 대단지 아파트의 편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수요자들이 꾸준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에 있는 초소형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시세 가치와 임대수익을 떠받치는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있는 초소형 아파트는 리센츠 전용 27㎡ 868가구와 파크리오(성내역) 35㎡ 344가구가 대표적이다. 또 삼성동 힐스테이트 1·2단지에는 26~43㎡ 372가구, 역삼아이파크에는 26㎡ 178가구가 각각 입주해 있다. 이들 단지는 2000년대 중반 재건축 당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맞추려고 지은 것들이다. 초소형은 동을 따로 배치한다. 리센츠는 243~246동, 파크리오는 101·102동으로 모두 지하철역과 가까운 편이다.

리센츠 27㎡는 처음 공급 당시 미분양으로 남아 1억9000만원대에 선착순 할인 분양됐다. 지금은 분양가의 두 배에 달하는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는 등 강남권 초소형 아파트들은 대부분 분양가를 크게 웃돌아 초기 투자자들이 큰 시세차익을 거뒀다.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 비결은 전반적으로 소형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대단지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초소형 아파트는 커뮤니티시설 주차장 등 아파트 단지의 편의성과 쾌적성을 누릴 수 있다. 나홀로 단지가 많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과의 차이점이다. 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용적률이 높은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 주로 들어서는 데 비해 초소형 아파트는 주변 환경이 양호한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도 차이가 난다.

임차인은 신혼부부, 전문직 종사자 등이 대부분이다. 강남 일대 초소형 아파트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20만원 정도로 높아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면 감당하기 벅차다. 임차인의 신분이 확실해 공실이 거의 없는 것도 오피스텔 등과 차별화된 점이다. 삼성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오피스텔보다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수익률은 4~5%로 비슷하지만 좀 더 안전하고 희소성이 높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소형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강남권에 소형 주거시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단지가 입주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과잉 우려는 낮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