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유성욱 씨(35)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김없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러닝머신을 달리거나 수영을 한 뒤 샤워를 마치고 상쾌하게 출근길을 나선다. 퇴근길에는 단지 내 독서실에 들러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주말엔 울창한 소나무가 있는 단지 내 공원을 산책하며 피로를 푼다. 유씨는 “운동시설뿐만 아니라 문화시설까지 갖춰 아파트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니즈가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시설 특화를 통한 차별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단지는 주거 만족도가 높아 수요가 많다 보니 집값 상승은 물론 환금성도 좋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의 목적이 거주보다 투자에 있을 때 커뮤니티 시설은 관리비만 많이 나오게 하는 귀찮은 요소였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입지와 브랜드가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결정했다면 최근엔 커뮤니티가 제3의 가치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구별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텔급 시설 도입한 1세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경로당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엔 수영장과 헬스장 등 운동시설뿐만 아니라 공부방과 소극장 등 문화시설까지 갖춰 일상생활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보내는 ‘원스톱 리빙’이 대세다. 대형 커뮤니티의 원조로 꼽히는 삼성물산의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스포츠시설 규모가 3300㎡(옛 1000평)에 이른다.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 트레이너들이 직접 고른 60여개 운동기구가 설치돼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GS건설의 커뮤니티 공간인 ‘자이안센터’는 아파트의 단점으로 꼽혀온 입주민들 간 부족한 소통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이안센터에서 만난 주민들은 골프, 풍선아트, 산악회 등 취미에 따라 동호회를 꾸린다. 현재 100여개가 넘는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동별로 분산 배치해 주민들의 신체활동을 늘리면서 이웃 간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제사 등 각종 행사로 방문한 입주민 친인척들을 위해 호텔급 게스트룸을 마련해 제공한다.

지방에서도 커뮤니티 고급화가 한창이다. 부산에 들어선 포스코건설 ‘더 샵 센트럴스타’는 각 동마다 스카이라운지를 마련했다. 30층에 마련된 스카이라운지에서는 부산 도심 조망이 가능하다. 인테리어도 특급 호텔 수준으로 가족 모임도 열 수 있다.


◆도심속 전원생활 2세대

2세대 커뮤니티는 고급스러운 시설은 물론이고 조경 등 단지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건설이 김포 풍무동에서 분양 중인 ‘한화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는 단지 전체를 프랑스 대저택풍으로 꾸민다. 미국과 중동 부호들이 선호하는 고급 주택을 지은 바세니안 라고니사(社)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삼성물산도 ‘숲속의 래미안’을 컨셉트로 조경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입주하는 단지에는 수목 안내판에 QR코드를 추가해 수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래미안 나무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수목의 어원, 용도, 명소, 사계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 소개하는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자연학습 교육용 콘텐츠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양시 식사지구 일산자이 위시티는 그루당 수천만원짜리 명품 소나무 2200여그루를 심었다. 1500그루는 수령이 100년을 넘는 대적송이다. 고급 소나무를 심은 탓에 단지 조경비용은 사업승인 때 계획한 300억원보다 두 배나 늘어난 600억원이 들었다. GS건설 관계자는 “1000가구 규모의 단지 조경비가 6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4683가구인 위시티의 조경비용은 아파트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커뮤니티 도입한 3세대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는 입주자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커뮤니티 시설이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이달 분양하는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아파트 커뮤니티를 입주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커뮤티니 시설 3060㎡ 가운데 약 100㎡의 멀티룸을 △영화관람실 △인터넷카페 △악기연주실 △노래방 중에서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키로 했다.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도서관 등은 기본으로 설치된다. 이 단지는 조경 식수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5268명이 참여한 조경 식수 투표에서는 왕벚나무(36.4%)와 느티나무(34.9%)가 1,2위를 차지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늘고 있는 재택 근무자들을 위해 단지 내에서 무선인터넷과 와이파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커뮤니티 시스템’을 도입했다. 커뮤니티센터에 독립된 업무 공간을 마련한 ‘스마트 홈오피스’와 야외에서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가든’으로 구성됐다. 기존 재택근무는 자택에서 업무를 하게 돼 집중력과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던 만큼 효용도가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중견 건설사들도 특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눈길을 끈다. 반도건설이 최근 분양한 양산 반도유보라 4차는 양산시 최초로 단지 안에 영어마을이 조성된다. 영어교육 전문업체인 YBM이 운영하는 영어마을은 전문 프로그램과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은 물론 주부 등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