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설계에 시세수준 분양가" 대단지 봇물
올 상반기 수도권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잇따라 분양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시세 이하의 분양가 책정과 대단지 프리미엄을 내세워 움츠러든 분양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지방 분양시장 열기를 토대로 미뤄왔던 수도권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는 단지여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상반기 수도권 20여곳 ‘봇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는 상반기 수도권에서 공급 예정인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20여곳으로 일반분양 물량은 1만8000여가구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다음달까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대거 분양되고 5월부터 김포한강신도시 동탄신도시 등 2기 신도시에서 공급이 쏟아진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이달 말 서울 아현3구역에서 ‘푸르지오래미안’을 내놓는다. 전용 59~147㎡ 3885가구 중 881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다음달에는 인천 부평5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아이원 부평5’,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대치청실 래미안’, 아현4구역을 재개발하는 ‘공덕자이’ 등이 줄줄이 주인을 찾는다.

경기 지역에서는 대우건설이 다음달 시흥시 죽율동 중소형 단지인 ‘시흥6차 대우 푸르지오’(1221가구)를 공급한다. 롯데건설은 5월께 김포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각각 1136가구, 1076가구의 ‘롯데캐슬’을 선보인다. 호반건설은 6월 동탄2신도시에서 전용 84㎡ 단일면적 1036가구의 ‘호반 베르디움’을 분양한다.

"새로운 설계에 시세수준 분양가" 대단지 봇물

◆대단지 프리미엄 이어지나

수도권 대단지 분양은 전세난을 겪은 수도권 소비자들이 내집 마련에 관심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올 들어 분양된 송도·김포한강신도시 모델하우스에 실수요자 방문이 크게 늘어난 점도 건설사들의 분양을 부추기고 있다.

분양마케팅 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최근 가족 단위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새로운 평면설계가 적용된 중소형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매입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수도권 분양시장도 다소 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금융비용 등으로 공급을 미룰 수 없고 대단지여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도 분양을 서두르는 이유다. 아현3구역은 지하철 5호선 공덕역과 애오개역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대단지라는 것이 장점이다. 다음달 대우건설이 분양하는 시흥시 죽율동 일대는 8000여가구의 ‘푸르지오 타운’으로 거듭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본격화되는 만큼 입지, 주변시세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은 김포 풍무지구에서 5000여가구를 공급하려다 시장 위축을 감안, 상반기 2710가구를 분양하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돌렸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와 물량을 조정하는 것은 수도권 분양시장이 아직 풀리지 않은 때문”이라며 “실수요자는 출퇴근 거리, 생활편의성은 물론 인근 공급물량과 분양가 수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