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드 알 사니얀 왕자(사진)는 알 사우드 왕가의 왕족으로 현지 대규모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현재 ‘사우디-중국 민간경제인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우디 왕자들의 언론 접촉은 이례적이지만 칼리드 왕자는 한국기업들에 사우디 진출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는 제안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사우디의 건설공사 발주현황은.

“지난 5년간 건설공사에 투입한 정부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새로 건설예정인 도로 길이만 4만㎞에 육박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사우디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던 컨트리(Modern Country)’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해외기업에 공사를 많이 맡기나.

“사우디는 그동안 자국기업 수주를 원칙으로 했다. 사우디 기업이 시공하면 단가가 25~30%가량 비싸더라도 오더를 줬다. 그래야 국가 산업이 발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 규모가 커지고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자국 기업만으로는 시공이 어려워졌다. 외국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게 됐다.”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면.

“한국기업은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 사우디에 진출한 중국회사는 대부분 정부회사지만 한국은 현대 삼성 두산 등 민간기업이다. 이들은 시공능력이 뛰어나고 그동안 공사기일 등도 잘 지켰다. 현재 사우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주요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사우디 진출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사우디에서 비즈니스는 곧 ‘신뢰’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에게 한국기업을 소개해줬다면 이는 나의 레퓨테이션(명성)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기업들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비즈니스는 축구경기와 같다. 그라운드 위에 서 있기만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열정을 갖고 열심히 뛰어다닌다면 주목받을 수 있고 골도 넣을 수 있다. 잠재력 있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진출을 돕는 데 필요하다면 ‘사우디-한국 민간경제인협회’를 만들 생각도 있다.”

리야드=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