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0% 할인 판매대 오전부터 '텅'..미끼상품 의심
'생필품 400개 1년간 가격 인하' 꼼수 광고 논란

홈플러스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고 있으나 물량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제품 공급업체에서 이미 단종해 재고가 거의 없는 고객 비선호 상품에 50%의 최대 할인율을 적용시켜 소비자들을 유인함으로써 '미끼상품'의 논란마저 일고 있다.

홈플러스는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할 전체 할인 품목을 정확히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 "할인 상품을 구할 수가 없어요" = 지난 1일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서울 길동에 있는 시댁에 들른 주부 이모씨(34)는 딸기를 사려고 홈플러스 강동점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사상 최대 서민 물가 안정'에 나선다는 명목으로 이날부터 1년간 400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5∼50% 인하하고 1천개 주요 상품은 최대 5주간 50% 이상 판매한다는 광고를 믿고 갔었다.

홈플러스가 뿌린 신문 광고와 전단에서 딸기가 평상시보다 47% 저렴한 1㎏에 7천8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을 접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갔으나 매진된 뒤였다.

이 씨는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인근 잠실점을 찾았다.

그러나 잠실점에는 행사 내용에 포함된 딸기가 진열조차 돼 있지 않았다.

이 씨는 "직원이 '12시 이전에 다 팔렸다'며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오라고 말했다"면서 "어떻게 충분한 물량을 갖다놓지도 않고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냐"고 말했다.

원래 사려 했던 물건을 구하지 못한 이 씨는 언짢은 기분을 감추고 온 김에 장이나 보려고 신선식품 코너로 향했다.

웬일인지 이날부터 '신선식품 1천원 행복전'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1천원에 판매한다는 대파도 매장에 눈에 안 띄기는 마찬가지였다.

기타 신선식품들은 매장에 띄엄띄엄 놓인데다 1인당 구매수량이 한정돼 양껏 살 수조차 없었다.

이 씨는 지난 3일 '3·3 삼겹살데이'에 삼겹살 100g을 980원에 내놓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녁 찬거리를 구하려고 오후 6시께 '속는 셈치고' 다시 한번 강동점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매장에 진열된 것은 980원짜리 국내산 삼겹살이 아닌 880원짜리 캐나다산 수입 삼겹살이었다.

이 씨는 며칠 전 구하지 못했던 딸기를 구했지만 30∼50% 할인한다는 달걀, 동태, 냉장 돼지갈비 등은 마찬가지로 매장에서 종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400개 할인 상품 가운데 100g짜리 4개가 들어간 모 업체의 비누세트는 할인 가격이 타 대형마트의 평상시 행사 가격인 2천원대 중반을 웃도는 3천700원대에 판매돼 오히려 가격을 인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진행하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는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도 홈플러스의 이번 행사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최대 50% 인하한다는 1천여개 상품이 무엇인지, 물량은 얼마나 확보됐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할인 상품은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홈플러스측은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외비"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품목을 공개하지 않은 할인 행사는 대체 어떤 행사인지 소비자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 미끼상품 논란 = 이번 행사는 일부 유통업체들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내놓는 '미끼 상품'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미끼상품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원가 이하 또는 기존 판매가 보다 훨씬 싸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물량을 준비할 수 있는데도 수량을 한정해 판매하기 때문에 매진된 상황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대체 구매를 유도하는 일종의 꼼수 전략이다.

이 씨의 제보를 받고 기자는 지난 4일 오전 직접 홈플러스 강동점을 찾았다.

광고에 기재된 상품 중 국물용 멸치, 계란, 동태, 냉장 돼지갈비 등의 상품은 결품이었고 딸기도 역시 수량이 몇 개 남은 채 매장에 뒹굴고 있었다.

유제품, 올리브유 등도 매진은 마찬가지였다.

1년간 400여개 품목을 5~50% 인하하여 초특가에 공급하겠다는 상품들은 매장에서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평상시 진행했던 할인 행사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특히 표백제, 클렌징크림 등 가격 인하 폭이 40% 이상 되는 일부 생활용품은 고객의 선호도가 크지 않은 상품들이기 때문에 미끼상품 의혹을 짙게 풍겼다.

실제 홈플러스의 400개 행사 품목 가운데 50% 안팎의 할인율을 내걸고 주요 상품으로 선전한 'LG 생활건강 테크맥스 화이트 리필'(1.5kg), '해피바스 딥클리어 클렌징크림(300㎖) 등은 타 대형마트에서 매출 부진으로 취급이 중단된 상품이었다.

제조업체에 문의한 결과 단종됐거나 또는 조만간 단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소비자 비선호 제품을 최대 할인 상품으로 내건 것은 미끼상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국중소상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원가 이하의 미끼상품을 내세우면서 명분상으로 물가 인하를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기만하는 이러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