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울에서도 ‘깜깜이 분양’이 등장했다.

두산중공업 건설부문은 지난달 17일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7번 출구 인근에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는 작년 12월 6~8일 청약을 받아 같은 달 14일 당첨자도 발표한 곳이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92~273㎡ 295가구 모집에 92㎡ 1가구만 접수, 29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하지만 ‘깜깜이 분양’으로 진행한 까닭에 공급 사실을 아는 수요자들은 거의 없다. 깜깜이 분양은 청약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방식으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일간지에 한 차례 모집공고만 낼 뿐 홍보를 하지 않는다. 인·허가 때문에 분양해야 하지만 주택경기 상황이 나빠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되면 나중에 새 아파트로 포장해 재분양하기 위해서 깜깜이 분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청약통장가입자가 많지 않아 청약률이 낮은 지방 분양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이지만 서울 도심에 있는 단지라는 점에 비춰 이례적인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흥인동 A중개업소 사장은 “청계천과 남산 조망이 가능하고 지하철 2·6호선 신당역과 단지가 바로 연결되는 등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이라며 “미분양 딱지가 붙으면 재분양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업체 측이 깜깜이 분양을 했다”고 전했다.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는 2007년 11월 신성건설이 ‘신성 트레저아일랜드’라는 브랜드로 분양에 나섰지만 신성건설 부도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년 12월 첫 분양가가 인근 왕십리뉴타운 2구역 ‘텐즈힐’(3.3㎡당 1962만원)보다 10%가량 높은 2221만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분양가는 다소 낮은 2176만원으로 책정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