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이철규(55) 경기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경찰청이 24일 대기발령 방침을 정하자 경기경찰청은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 청장은 3개월 만에 1천200만 도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기청장 자리에서 낙마하게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청장에 대한 혐의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만큼 의혹이 해소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대기발령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ㆍ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21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이 청장이 줄곧 결백을 주장한데다 23일 검찰에 자진 출석한 점 등으로 미뤄 별다른 문제없이 직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이 청장의 신분이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바뀌자 경기청 내부에서는 '설마했는데'라며 금품수수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보강수사를 한 뒤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사법처리 방안을 내주 초 확정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짧은 경기청장 재임 기간에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월 '조민수 수경의 영웅담 조작 의혹' 보도로 2주 동안 전면적인 재조사를 벌이며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한 달도 안돼 이번에는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다.

경기경찰청의 한 간부직원은 "청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고 임기 중에 대기발령 조치돼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서장 재임때도 악재가 있었지만 끝까지 싸워 결백함을 증명한 일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안산서장이던 2001년 5∼7월 문예회관 건립공사와 관련한 진정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업자 등에게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경찰복을 벗었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2005년 복직한 바 있다.

한편, 후임 청장 인사가 단행되기 전까지 한동안 경기경찰청은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박상용 경기경찰청 1차장을 경기청장 직무대리로 임명하는 방안과 다른 치안정감을 수평 이동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최종호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