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확대 직격탄…개포 3000만원 급락
“1주일 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 내리면서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급매물도 잘 소화되지 않습니다.”(박훈 개포주공4단지 부동산119 사장)

지난 18일 서울 개포주공아파트 주변 중개업소는 주말임에도 개점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가 소형 평형을 기존 소형의 50%만큼 지으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진 후 집을 보러 오는 매수자는 물론 상담전화도 뚝 끊겼다. 일부 중개업소는 “찾는 사람도 없는데 문을 열어봐야 전기요금만 나간다”며 오전부터 가게 셔터를 내렸다.

◆소형주택 직격탄…3000만원 ‘뚝’

소형 확대 직격탄…개포 3000만원 급락
단지 전체가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구성된 개포주공3·4단지의 호가가 1주일 새 2000만~3000만원 내렸다. 3단지 전용 35㎡와 42㎡는 각각 2000만원 이상 하락한 5억6000만원과 7억원짜리 급매물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4단지도 전용 60㎡ 이하 소형을 중심으로 최대 3000만원까지 내렸다. 4단지 인근 석영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대로 하면 중형 배정이 확실했던 42㎡ 소유자의 30%(420여가구)가 소형으로 가야 한다”며 “이달 초만 해도 6억7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난주 2200만원 떨어진 6억4800만원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개포주공 3단지 광명공인의 김시현 사장은 “전셋값이 8000만원에 불과한 개포주공은 재건축 기대심리가 없으면 매매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며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판단한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강남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의 미래는 서울시 손에 달려 있다”며 “소형주택 50% 확보 방안이 최종 결정된다면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을 중단할 것이고, 집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포지구 주민들 아우성

10년 넘게 재건축을 추진해온 개포지구 주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982~1984년 준공된 개포지구 저층단지들은 노후화로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 개포주공3단지 주민 송모씨는 “단열이 제대로 안돼 집에서도 두터운 점퍼를 입은 채 지내고 있고, 놀이터나 정원 등이 낡아 지역 슬럼화도 우려된다”며 “내 집을 고쳐 편안하게 살겠다는 것을 막는 서울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소형주택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논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포주공4단지 주민 윤모씨는 “강남권의 60㎡ 규모 소형아파트 전셋값도 3억원은 줘야하는데 현재 개포주공 전셋값은 7000만~8000만원 수준”이라며 “지금 세입자는 나중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현실적으로 재거주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사효과 둔촌주공…거래 늘어

반면 소형아파트 비율이 낮은 둔촌주공은 소형주택 확대 방안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종상향(2종→3종)을 추진 중이어서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둔촌동 대일공인 관계자는 “월 20여건이 거래 평균치인데 이달 17일까지 20건을 넘어섰다”며 “이달 전체로는 1월(15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상향 허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조언했다.

고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사업시행인가 단계여서 소형 비중 확대 규제를 받지 않지만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탓에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고덕동 S공인 관계자는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매도자들의 문의만 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형/심은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