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주총 현장 돌아보니…이석채 "정부 규제 탓에 6000억 손해봤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KT 등 주요 대기업은 1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속 성장’과 ‘위기 관리’를 경영키워드로 제시했다.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정공법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올해는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며 “전자 산업 재편은 더 가속화되고 글로벌 경쟁 역시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별적 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주력 사업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추진해온 ‘워크 스마트(work smart)’ 운동을 올해는 ‘워크&리브 스마트(work&live smart)’로 확산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은 “유럽발 경기침체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일본 지진, 태국 홍수 등에서 벗어나 공급 정상화가 된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중국 3공장 및 브라질 공장의 완공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고 △친환경차 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세 가지 핵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영업보고서 인사말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 개발과 첨단 전자제어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재에서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품질의 고급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영업보고서 인사말에서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채 KT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하락세를 지속하는 주가를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며 “KT 주식을 잘 샀다는 생각이 들게끔 변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방안에 대해 “정부 정책 때문에 통신 사업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회장은 “전 세계 20대 통신사의 수익이 17% 증가했는데 한국만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KT의 경우 지난해 정부 규제 때문에 4000억~6000억원의 수익이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석유화학과 정보전자 등 3개 사업본부 중심으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며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해져 LG화학이 추진해온 스피드 경영의 완성형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박영기 전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등 3명을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김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에서 4명의 각자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경기 침체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과 해운 업계는 위기 관리를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는 환율 불안 및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노력을 다해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가치를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효율과 수익 중심의 철저한 체질 개선을 통해 올해는 반드시 조기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정인설/윤정현/이유정/조귀동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