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론 일자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며 사형 비준 안 해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이례적으로 거액의 피라미드 금융 사기범에 대한 사형 선고를 '재고'하기로 했다.

최고인민법원은 14일 높은 이자를 미끼로 7억7천만위안(약 1천386억원)을 모았으나 이 중 3억8천만위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은 우잉(吳英·31·여) 사건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 법원의 쑨쥔궁(孫軍工) 대변인은 "우잉 사건이 각종 여론 매체와 사회 각계로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해당 사건은 금융유통 영역에서의 금융 사기범죄이고 그 금액이 크지만 내용은 복잡해 법에 따라 신중하게 잘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2심제인 중국은 최고인민법원의 비준이 있어야 사형 집행이 가능하다.

최고인민법원이 우잉에 대한 저장(浙江)성 고급인민법원의 사형 선고를 비준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이처럼 우잉 사건에 대해 재고에 들어간 것은 중국 내의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사기범의 경우 사기 금액에 따라 사형 선고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의 판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국유기업은 은행 대출이 쉽지만 사기업은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우잉에 대한 동정론이 커지자 최고인민법원이 사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의 현행법상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로부터 모금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어서 사기업의 펀딩(funding)은 하늘의 별 따기인 게 현실이다.

시골 농가 출신인 우잉은 성취욕과 수완이 뛰어나 전문대를 졸업하고서 귀족미용실을 열어 고위층 겨냥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안마·오락·운송 분야에 이어 부동산·선물 시장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해 단숨에 거부 대열에 오른 인물이다.

2006년에는 자산 규모가 360억위안으로 후룬(胡潤)리서치그룹이 선정한 '중국 100대 갑부' 명단에서 68위를 차지하는 등 자수성가한 젊은 여갑부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피라미드식 자금 모집이 자리잡고 있었고 이를 이유로 2007년 피라미드 금융 사기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의 성공신화는 막을 내렸다.

중국에서 우잉에 대한 동정론은 공산당 또는 정부를 배경으로 하거나 국유기업이 아니면 제도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론과 궤를 함께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