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개그투나잇'으로 인기

신기하다. 중국어 같은데 중국어는 아니다. 정체불명의 언어로 크게 떠드는데 이상하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 순간 웃음은 터진다.

S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투나잇'의 인기 코너 '하오&차오' 얘기다.

'중국어 전~혀 못하고 중국도 한~번도 안 가봤다'는 개그맨 4명(손민혁, 서기원, 김성기, 정세협)이 의기투합해 만든 코너다.

지난 8일 오후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만난 이들은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었다.

한파에도 손민혁은 직접 구입한 무대 의상인 체크무늬 반바지 차림으로 대기실 안팎을 활보했다.

반바지에 맞춘 체크무늬 티셔츠도 잊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서서히 알아보는 맛에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며 씩 웃는 모습에 장난기가 묻어났지만 패기도 엿보였다.

손민혁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연기하는 서기원 역시 겨울과 여름 모두 별 쓸모 없어 보이는 환절기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최대한 비싸 보이게 입되 멋은 없어 보이는 게 이들만의 패션 포인트.

손민혁이 애견 차오차오(정세협)의 배를 긁고 머리를 쓸어넘기는 동작은 실제 집에서 개를 키우면서 착안한 것이다.

손민혁은 "손 위에 개의 발을 올리는 것은 너무 흔해서 고른 동작인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많이 공감하더라"고 전했다.

13주째 무대에서 목이 터져라 엉터리 중국어를 하다 보니 중국어처럼 들리게 하는 실력은 확실히 늘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홍콩 영화를 찾아보고 중국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연습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실제 중국어를 끼워넣기도 한단다.

대사가 네 단어 뿐이라는 정세협은 "아는 중국인도 헷갈린다고 했다. 중국이 워낙 땅이 넓어서 서로 말을 모를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뿌듯해 보이는 미소까지 지었다.

'하오&차오'는 손민혁과 서기원이 '개그투나잇'의 전신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무대에 올렸던 코너 '하오'에서 출발했다.

음식점에서 장난삼아 주고받은 엉터리 중국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들은 '운이 좋게 얻어걸렸다'며 곧장 코너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0년 10월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하오'는 3주 만에 막을 내려야 했다.

아깝다는 주변의 권유에 이들은 방송국에서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정세협이 차오차오 캐릭터로 합류한 게 이때였다.

손민혁은 "우연히 TV에서 중국 황실견을 봤는데 세협이랑 닮아 보였다. 그래서 장난삼아 무대에 올려봤는데 '아 이거다'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로부터 1년 후 '개그투나잇'이 생기면서 '하오&차오'는 시청자들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작년말 SBS '연예대상'에 출연하면서부터.

"사실 '연예대상' 무대를 노렸어요. '개그투나잇' 감독의 추천으로 나갔는데 정말 많이 떨렸죠. 그렇지만 여기서 대박 나면 한 단계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손민혁)"

특별 무대에 선 이들은 유재석, 이경규 등 쟁쟁한 대선배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고 '런닝맨'과 '인기가요' 등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기가요'에서 MC 아이유의 관심을 듬뿍 받은 정세협은 "출연 후 미니홈피 방명록에 아이유 팬들이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거 하냐'고 하더라. 좀 무서웠다"며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다.

이들은 "'연예대상' 때 선배들이 우리를 굉장히 홍보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덕을 많이 봤다"고 입을 모았다.

녹화장 반응도 한층 뜨거워졌다.

손민혁은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두 동료 덕분"이라며 서기원과 정세협에게 공을 돌렸다.

서기원은 "중국인으로 설정돼 한국말을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요즘 반응이 최고라지만 관객석에서 웃음이 별로 안 터진 날에는 녹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할 정도로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1년 만에 얻은 소중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손민혁은 "방송을 쉴 때 술을 못 먹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며 "아무것도 안 보이고 코미디 프로 신설과 관련한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각자 다른 길을 가던 이들은 '웃찾사'로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손민혁은 '나이 들어서도 12시간씩 프로그래밍을 하는 내 모습을 못 볼 것 같아' 2006년 '웃찾사'를 통해 개그맨의 길로 들어섰다.

헤어 디자이너였던 정세협은 2007년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코미디의 재미를 발견했다.

그래픽 설계사였던 김성기는 뒤늦게 어릴적 개그맨의 꿈을 좇아 2008년 서기원과 함께 신인 개그맨 콘테스트에 출전하면서 '웃찾사'에 발을 들였다.

김성기는 "개그맨을 포기하려 했는데 10년 뒤 후회하는 모습을 볼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들의 희망은 '하오&차오'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개그투나잇'이 SBS 코미디 부활의 신호탄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맛없다고 소문내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개그투나잇'도 처음에는 낯선 신인들이 나와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요즘에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늘었어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개투'구나'하는 반응을 보면 힘이 납니다. (손민혁)"

'개그투나잇'은 매주 토요일 밤 12시 방송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