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그늘…주유소 문닫는다
기름값이 오르면 주유소도 호황을 누릴 것이란 통념과는 달리 최근 고유가 속에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포화상태’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주유소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업소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 주유소 퇴출을 부채질하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유소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전국의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1만2906곳으로 지난해 1만2988곳에 비해 82곳이나 줄었다. 주유소가 가장 많은 지역인 경기도가 2580곳에서 2536곳으로 44곳, 경쟁이 가장 치열한 서울의 경우 666곳에서 647곳으로 19곳이 줄었다.

업계는 한때 1만3000곳을 넘어서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온 주유소가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이익률 감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1995년 주유소 거리 제한이 완전히 철폐되면서부터 주유소는 계속 증가해 왔다”며 “이에 반해 주유소 당 월 평균 판매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34드럼 정도다. ℓ로 환산하면 6800ℓ. ℓ당 50원이 남으면 하루 매출은 34만원이다. 그러나 최근 기름값 폭등으로 석유소비량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매출에서 주유소 운영비와 인건비, 카드 수수료 등을 빼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주유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주유소 사장은 “1959원에 들여온 휘발유를 2099원에 팔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휘발유 공급가 인상에 판매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다가도 주변 주유소들과의 가격 경쟁 때문에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이 줄면서 주유소 용도를 전환하거나 아예 폐업 절차를 밟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폐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폐업 주유소 철거 비용이 1억원 넘게 들어가니 갈수록 주유소 매물만 쌓이는 상황”이라며 “수익이 확보되지 않으니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임대로 전환해도 수익이 나지 않아 가짜 석유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