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회사가 금융사 중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KB금융도 전년 대비 15배가량 늘어난 순익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최대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예년보다 소폭 줄어든 배당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 4년 연속 순익 1위

신한지주, 금융사 첫 순이익 3조 돌파
9일 각 금융지주가 발표한 작년 실적을 종합하면, 순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3조1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2~3년 전부터 자산건전성 관리를 대폭 강화한 덕분에 부실채권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고, 현대건설(3525억원) 비씨카드(880억원) 등 지분매각이익이 많이 생긴 덕분이란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신한금융은 전체 금융지주사 중 4년 연속 수익성 1위를 달성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지분매각 특별이익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며 “경영목표를 보수적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작년 순익도 급증했다. 전년(1466억원)에 비해 15배가량 늘어난 2조3730억원에 달했다. 어윤대 회장이 2010년 7월 취임한 직후 종전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KB금융 측은 “2010년엔 충당금을 대거 쌓은 데다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며 “작년엔 이런 요인이 없었고 특히 순이자이익이 전년보다 15.1% 증가한 7조10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전년 대비 23.3% 증가한 1조2280억원의 순익을 냈다. 고객기반이 약해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지만, 건전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당국 압박 … 배당성향 소폭 하락

금융권 탐욕 논란에다 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금융지주들은 작년보다 배당성향을 축소했다.

신한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주당 750원(총 3556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순익 대비 11.5%다. 전년의 배당성향 14.9%보다 줄어든 수치다.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배당성향 역시 전년 24.6%에서 올해 20.3%로 떨어졌다.

KB금융은 주당 720원(총 2782억원)씩 보통주 배당을 해주기로 했다. 작년 46.5%에 달했던 배당성향을 올해 11.7%로 줄였다. 하나금융은 예년(배당성향 15%)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검토 중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이 내부유보금을 늘려 충당금과 준비금을 많이 쌓도록 유도했고 탐욕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에 고배당을 하기엔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16일 실적을 발표한다. 가집계 결과 2007년 이후 4년 만에 순익 2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전년(16.9%)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준비 중이다.

조재길/이상은/안대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