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게 값" 대학가 월세 거침없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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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20~30㎡ 원룸, 보증금 1000만원·月 50만원 넘어
방 12개 다가구 12억~13억원선…수요 풍부·사업성 높아 '알짜'
방 12개 다가구 12억~13억원선…수요 풍부·사업성 높아 '알짜'
6일 서울 명지대 인근 남가좌동 원룸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이 학교 경영학과 1학년 김태현 씨(20)는 “2주일째 매일 5시간 이상 자취방을 구하러 다니고 있지만 찾을 수가 없다”며 “14일까지 지금 거주 중인 학교 기숙사를 비워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입학 후 첫 겨울방학을 맞아 목표로 세웠던 토익공부나 해외 배낭여행은 접은 지 오래”라며 “당분간 얹혀살 친구집도 같이 수소문 중”이라고 덧붙였다.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대학가에 방 구하기 경쟁이 한창이다. ‘반값 등록금’ 여파로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는 대학은 늘고 있지만 대학가 전·월세시장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세 지속하는 대학가 원룸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전용면적 20~30㎡ 크기의 서울 대학가 원룸은 입지여건에 관계없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증금을 3000만~4000만원으로 올리면 월세를 20만~30만원으로 낮출 수 있었지만 최근엔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로 힘들어졌다. 연세대 인근 창천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일반주택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셋값이 오르내리지만 대학가는 매년 오른다”며 “재학생만 움직이는 여름보다 신입생이 들어오는 겨울이 방을 구하기 더 어렵다”고 전했다.
졸업생들이 학교 근처에 눌러앉는 것도 방을 구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작년 말 금융권에 취업한 연세대 졸업생 박모씨(26)는 연희동 원룸촌에서 살고 있다. 그는 “2000만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도 힘든데 수천만원짜리 전세 오피스텔로 이사갈 수는 없다”며 “지방 출신 동기들 상당수가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수요가 풍부한 대학가 인근에는 원룸 건설 붐도 일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명지대 등이 있는 서대문구는 지난해 건축허가 163건 중 115건이 대학가 인근 다세대·다가구·고시원이다.
◆대학생 전세임대도 ‘찬밥’
정부가 대학생 주거난 완화를 위해 도입한 대학생 전세임대 당첨자도 방을 구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복잡한 절차와 소득 노출 우려로 집주인들이 계약을 꺼려서다. 대학가 원룸의 95% 이상이 월세인데도 정부 지원 대상이 전세에만 한정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연희동 신촌일번지공인 관계자는 “계약서 한 장만 있으면 되는 대학생들이 넘치는데 누가 서류까지 내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계약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세임대의 전셋값을 시세보다 높이는 편법도 나오고 있다. 국민대 서경대 등이 가까운 정릉동의 K공인 사장은 “작년까지 5000만원 받았던 전셋집을 수도권 전세지원 한도액인 7000만원까지 높이겠다는 집주인들만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며 “전세임대가 전세 시세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2억~13억원대 원룸 ‘관심’
대학가 인근 다가구주택의 매매가는 대지면적 165㎡(50평)를 기준으로 방 12개짜리가 12억~13억원 선이다. 대학가 평균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8000만원 수준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면 연간 수익률은 7%에 이른다.
하지만 대학가 원룸 상당수는 기존 단독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허물고 지은 것이어서 매물을 찾기 힘들다. 단독주택은 3.3㎡당 400만~420만원 수준인 건축비만 들이면 새 집을 올릴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연희3동에서 11가구짜리 원룸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은퇴한 뒤 노후를 위해 지은 것이어서 앞으로도 팔 생각이 없다”며 “인근 원룸은 모두 집주인들이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학가 인근은 주택보다 임대 수요가 많은 데다 대학생들은 임대료도 꼬박꼬박 내기 때문에 알짜 투자처”라며 “오히려 소유자들이 팔 생각이 없어 투자할 만한 매물이 귀하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보형/김인선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