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재건축 이어 일반아파트도 '동반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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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1지구 23㎡ 빌라 5억원 → 3억5000만원
여의도 시범 79㎡ 1년새 1억7000만원 떨어져
여의도 시범 79㎡ 1년새 1억7000만원 떨어져
지난 주말 시세가 6억원 안팎인 전용 84㎡ 무악동 인왕산현대아이파크를 매입하려던 최모씨(47)는 공인중개사로부터 뜻밖의 권유를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동산 시장을 압박해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테니 구매시기를 늦추라”고 조언했던 것. 최씨는 “당분간 이사를 미루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을 퇴출시키고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종(種) 상향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해당 지역은 물론 일반 아파트 가격도 급락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한강변 재건축, 뉴타운 ‘꽁꽁’
당장 직격탄을 맞은 뉴타운 지역은 매수세는 없고 급매물만 속출하는 상황이다.
5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한강변 초고층 개발 추진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가장 큰 성수1지구는 2009년 5억원에 거래된 대지지분 23㎡짜리 빌라가 3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성수동 S공인 사장은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시세 문의만 있을 뿐 매수자는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뉴타운 해제 유력지역으로 꼽은 한남1구역도 충격에 휩싸였다. 주민 이모씨는 “작년 6억원을 주고 산 40㎡ 빌라 시세가 5억원까지 떨어졌다”며 “2억원이 넘는 대출금 때문에 파산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신반포6차(한신6차)의 용적률 상향이 좌절되면서 여의도와 압구정 등 한강변 일대 초고층 재개발 추진 단지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강르네상스 주민설명회 당시 개발 기대감으로 8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79㎡는 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85㎡도 작년 이맘때보다 2억원 빠진 12억~13억원에 그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우성3차와 잠실동 주공5단지 등도 1주일 새 1000만~2000만원 내렸다.
◆주민·실수요자 피해 불 보듯
강북 일대 뉴타운의 경우 내집 마련을 위해 1억~2억원 안팎의 실속 투자에 나섰던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장위뉴타운 S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겠다는 소박한 꿈 하나로 낡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빌라에 입주한 실수요자들도 상당수”라며 “사업이 중단되면 투기꾼으로 매도하기 어려운 이들의 피해는 누가 져야 하느냐”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뉴타운 지구 해제가 가시화되면 퇴로가 막힌 주민과 투자자들은 수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 대출이 많은 경우에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조 성수지구 1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대략적인 정책구상만 발표하고 이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주민들과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추진위의 정상적인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아파트도 하락세 확산
뉴타운, 재건축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가격동조화 현상마저 나타나는 분위기다.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3% 내렸다. 뉴타운과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0.06%)뿐만 아니라 일반 아파트(-0.02%)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물경기가 위축돼 소득수준이 줄고 있는데다, 베이비부머 은퇴로 구매 수요층이 줄어드는 상황에 비춰 가격 하락세가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불안심리로 투자수요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재고주택보다 가격이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더 쏟아져 나오며 하락세를 부채질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울의 수급불균형으로 향후 2~3년 이후엔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 팀장은 “서울의 주요 주택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중단되면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불안, 집값 상승의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혜정/심은지/박한신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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