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는 채권형 펀드의 3배 달해…수익률은 ⅔

연금상품 가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수익률은 바닥을 기는데 수수료는 `바가지'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푼돈을 모아 노후 준비를 하는 서민들을 기만하는 금융기관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형편없는' 연금상품 수익률…실질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일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를 보면 채권형 연금저축(연금신탁)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연 3.0%였다.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4.6%)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저조한 수익률은 최근 수년간 이어졌다.

2008년 6.2%, 2009년 3.3%, 2010년 3.5%였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는 8.8%, 3.7%, 6.7%였다.

해마다 수익률이 채권형 펀드보다 낮았고, 2010년에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채권형 펀드나 연금저축 모두 100% 채권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수익률 격차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의 10% 이하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안정형 연금저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수익률은 무려 1.6%까지 떨어졌다.

자산의 10%가 주식이면 지난해 주식형 펀드 수익률(-12.1%)의 10분의 1인 `-1.2%'만 반영돼야 하는데 채권형 펀드 수익률(4.6%)보다 3%포인트나 낮았다.

증시가 급등했던 2010년 수익률(4.5%)도 같은해 채권형 펀드(6.7%)보다 훨씬 낮다.

이래저래 이해할 수 없는 수익률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운용의 대상이 같은데 수익률 격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운용 능력이 형편없거나 운용을 게을리했다는 결론 밖에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매달 연금저축을 붓고 있는 회사원 서모(31)씨는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못 하면 어떡하라는 말이냐. 연금저축을 깨고 정기예금을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4.0%)에 비춰보면 채권형 연금저축은 -1.0%, 안정형은 -3.4%의 실질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수수료율은 2~3배…"바가지 수수료 내려야"

수익률은 형편없지만 수수료는 `바가지' 수준이다.

연금저축의 수수료율은 은행별로 0.7~1.0%다.

신한은행이 0.7%,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0.9%다.

우리은행은 1.0%에 달한다.

채권형 펀드는 이보다 훨씬 낮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평균 0.3%에 지나지 않았다.

채권형 펀드보다 훨씬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연금저축이 수수료율은 3배나 비싼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보다 거래 빈도가 낮은데다 채권 거래비용이 주식보다 싸기 때문에 수수료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연금저축도 운용 대상이 채권이라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연금보험도 `바가지 사업비'를 적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연금보험은 질병이나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산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과 달리 가입 후 관리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다.

채권 운용비용 정도가 들 뿐이다.

그럼에도 연금보험은 가입 후 7년 동안 원금의 7~9%를 사업비로 떼간다.

사업비를 이렇게 많이 떼다 보니 공시이율 연 4.9%의 연금보험도 실제 수익률은 3.4%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사들도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금상품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수수료 인하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돼 지난해 대출 금리가 급등한 점을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있었지만, 은행들은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가 흐지부지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서민들이 노후를 위해 한 푼 두 푼 모으는 연금상품에서 그렇게 많은 수수료를 뗀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수익률이 채권형 펀드나 정기예금보다도 훨씬 낮다면 수수료 인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고유선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