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아파트 용지 성적표는 행정구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과 성남시에 속한 필지는 모두 매각됐지만 하남시 소재 땅은 수의계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당초 LH는 위례신도시 주거여건이 분당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하남시에 속한 용지도 쉽게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하남시의 학군·집값 등이 상대적으로 낮아 분양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주저하고 있다”며 “위례신도시 아파트값도 행정구역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학군·분양가 열세가 원인

31일 LH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위례신도시 A1-7블록 1필지는 1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성남시에 속한 A2-5, A2-10, A2-12 등 3개 블록도 2 대 1로 마감됐다. 그러나 하남시 소재 A3-6, A3-7 2필지는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하남권 땅을 매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학군을 꼽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당첨자 수준이 위례신도시 3개 권역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도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고등학교 학군이다”고 지적했다. 하남시 권역 위례신도시에선 기존 하남시 소재 고등학교에 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건설 관계자는 “하남시 고등학교 수준이 서울이나 분당·판교지역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학군 때문에 선호도가 뒤질 것으로 보여 용지 매입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를 서울이나 성남권보다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용지 매입을 주저하는 이유다. 민간 건설사들에 배정된 아파트 용지는 모두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 용지다. 3개 권역의 중대형 아파트값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위례신도시 인근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 중대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3.3㎡당 2100만원대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시범삼성 중대형은 3.3㎡당 1500만원대다. 그러나 하남시 중대형은 최고 1200만원대에 그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위례신도시에선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다”며 “하남권 집값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한제에서 허용되는 금액까지 분양가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행정구역이 집값 변수

수도권에서 만들어진 신도시 중에서 행정구역이 3곳으로 나뉜 곳은 위례신도시가 처음이다. 1980년대 말 조성된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부터 만든 2기 신도시들도 모두 단일 행정구역 내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신도시들 내부에선 집값이 역세권, 배후상업시설, 서울 접근성 등의 변수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그러나 위례신도시는 처음으로 행정구역에 따라 집값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방배동과 사당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학군 차이로 집값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신도시 역사상 처음으로 하남신도시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용지공급뿐만 아니라 청약성적, 입주 후 집값 등도 권역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