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카드대출 비중 고소득층의 8배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의 가계대출이 은행 대출보다 두 배가량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11년 3분기 말 여신전문기관(신용카드회사+할부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8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3분기 39조4천억원 이후 최대다.

2011년 들어 여신전문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13.9%, 2분기 14.3%, 3분기 10.0% 늘어나 2010년 1분기 이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6%가량임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1∼3분기 중 여신전문기관 가계대출이 2조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대출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대출 연체율은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해졌다.

지난해 1∼10월 중 연체율은 평균 1.8%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7%)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연평균 신용카드대출 연체율은 2002년 8.5%를 정점으로 2006년 0.1%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8%로 올랐다가 2009년 1.4%, 2010년 1.3%로 2년째 떨어졌으나 2011년에는 상승으로 반전했다.

연체율은 2011년 하반기에도 7월 2.0%, 8월 2.1%, 9월 1.8%, 10월 2.1%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1∼12월마저 같은 추세라면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대출 이용자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고금리를 주고라도 돈을 빌리려는 서민이 대부분이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채를 가진 가구 중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는 평균 122만원의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절반 수준인 55만원이었다.

전체 금융대출에서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점하는 비중은 1분위가 3.8%로 5분위(0.5%)보다 8배 가까이 많았다.

신용카드대출 증가가 서민 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서민들이 제2금융권과 카드사 등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가계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저소득층이 빚을 갚지 못해 대부업이나 사채로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출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고은지 기자 gija007@yna.co.kr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