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속스캔들’이 되고 싶은 ‘파파’
[이정현 기자] 2008년 12월 한 영화가 조용하게 개봉했다. 당시 ‘초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차태현과 가능성만 인정 받았던 신예 박보영, 그리고 이름 없는 아역배우가 함께한 이 영화는 ‘과속스캔들’이란 다소 촌스러운 이름으로 개봉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과속스캔들’은 터졌다. 차태현과 박보영, 그리고 아역배우 왕석현의 깨알같은 코미디는 관객들을 폭소케 했고 이들이 보여주는 진한 가족애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영화는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사상 6위의 흥행기록을 갖게 됐고 강형철 감독을 비롯해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은 스타가 됐다.

1월1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파파’는 여러모로 ‘과속스캔들’과 많이 닮아있는 영화다. 한때 잘나가는 매니저 였지만 키우던 아이돌 연습생이 미국으로 도망가며 궁지에 몰린 춘섭(박용우)과 어느날 갑자기 가족이랍시고 찾아온, 혹은 찾아가게 된 아이들(고든 : 마이클 맥밀런/ 마야 : 메그 켈리 / 지미 : 파커 타운젠드 / 타미 : 페이튼 타운젠드 / 로지 : 앤젤라 아자르), 그리고 음악에 재능을 보이는 맏딸 준(고아라)까지. 장소만 대한민국 서울에서 미국 애틀란타로 옮겼을 뿐 비슷한 설정이 계속 이어진다.

‘과속스캔들’의 코믹 포인트가 얼치기 스타 남현수(차태현)의 스캔들 틀어막기에서 출발한다면 ‘파파’의 포인트는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불균형과 영어의 이질감에서 온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춘섭과 한국어가 서툰 6남매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설정은 신선함은 떨어졌을지언정 나름 효과적이다. 또 왕석현이 담당했던 아역배우의 존재감은 쌍둥이 지미 타미 형제와 막내 로지가 전담했다.

‘파파’를 이야기 함에 있어 ‘과속스캔들’이란 작품이 나올수 있는 것은 역시 ‘가족애’라는 최중요 키워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춘섭은 자신과 피 한방울 안섞인 6남매와 함께 하며 조금씩 가족의 의미를 짚어간다. 엉겹결에 가족이 됐지만 정을 나누는 가족, 함께하는 살붙이들. 비록 피부색은 다를지언정 함께 숨쉬고 공감하는 가족의 의미를 ‘파파’는 계속해서 짚어내려 한다.

그렇다면 ‘파파’를 ‘과속스캔들’의 글로벌 버전, 확장판의 하나로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 ‘과속스캔들’이 다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이 있었을지언정 전체적인 큰 흐름으로 맥을 놓지 않았던 것에 반해 ‘파파’는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뒷심 채우기에 실패했다. 춘섭과 준, 춘섭과 도사장의 팽팽한 긴장감은 준이 가수로서 역량을 꽃 피우는 순간부터 흐지부지해졌다. 그리고 고아라 만이 살아남았다.
[리뷰] ‘과속스캔들’이 되고 싶은 ‘파파’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3명의 매력이 고루 녹아내렸던 ‘과속스캔들’에 비해 ‘파파’는 고아라에 집중한 측면이 크다. ‘파파’의 고아라는 그동안 이 배우가 왜 빛을 보지 못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외모, 댄스, 노래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관객을 마음을 훔칠 정도는 아니지만 감정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가 빛나는 사이 박용우와 6남매는 영화에서 사라져 버렸다.

함께 모여있으면 더 빛났던 ‘과속스캔들’에 비해 ‘파파’의 캐릭터들은 따로 떨어졌을 때 더 매력적이다. 이는 ‘파파’가 가족애를 강조한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의아한 부분중 하나다. 막판의 카니발 장면과 콘테스트 장면에서 조차, 영화는 박용우와 고아라가 연기한 캐릭터에 기댔다. 고든, 마야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놓고 왜 한지승 감독은 박용우와 고아라에 집중 했을까?

계속 드러나는 허점에도 ‘파파’를 기대케 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절반 이상이 영어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피부색이 다른 출연 배우들이 대부분 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출발점이 가족에 있기 때문이다.

‘과속스캔들’과 ‘파파’는 가족이라는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다. 강형철 감독은 이 소재를 다룸에 있어 더 과감했고 공평했다. 그리고 ‘파파’의 한지승 감독은 조금 소극적이지만 캐릭터의 선택과 집중을 노렸다. 무엇이 옳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2월1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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