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가정할 경우 전 세계 철강사 중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포스코다.”

국내외 철강 전문가들이 포스코의 경쟁력을 빗대 하는 말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늘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숫자로 증명됐다. 올 하반기 철강시황 둔화로 세계 유수의 철강사들이 적자를 볼 것으로 보이는 반면 포스코는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신일본제철과 아르셀로미탈 등의 신용등급은 이미 지난해 B등급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 고로 철강사 중 유일하게 포스코만이 아직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철강시장 분석기관인 WSD는 올해 2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포스코를 꼽았다.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지만 경쟁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했다.

◆글로벌 생산벨트 구축, 미탈에 맞선다

정 회장은 한 해 동안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리고 글로벌 생산벨트 구축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 9월 연산 20만 규모 터키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착공식에 참석, “포스코는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앙아시아 지역 등을 아우르는 ‘U’축과 북·남미주 지역을 연결하는 ‘I’축,미지의 개척지 아프리카를 뜻하는 ‘A벨트’ 등을 합친 ‘UIA 전략’을 토대로 글로벌 거점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중국-인도-터키 등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생산벨트 구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외 첫 일관제철소 건설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단계로 연 300만t 규모의 고로를 2013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 2단계로 연 300만t 규모 설비를 추가로 짓는다.

올 7월에는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태국의 타이녹스도 인수했다. 인도에선 오리사주에 1200만t 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이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은 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에 맞서기 위해서다. 그는 “당초 국내 4500만t, 해외 2000만t을 합쳐 조강 생산량을 총 6500만t으로 계획했으나 생산 규모를 더 늘려 ‘6500만t+α’ 체제로 가는 방침을 세웠다”고 했다.

◆종합소재 기업 변신 주도

정 회장은 포스코가 단순히 쇳물만 뽑아내는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합소재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믿는다. 포스코는 올 들어 제철 부산물인 코르타르를 활용해 반도체와 태양전지, LED(발광다이오드) 소재인 등방(等方)흑연을 제조하는 사업에 나섰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전극봉 생산 소재인 침상코크스 개발·양산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에는 보광그룹 계열의 휘닉스소재와 700억원 규모의 리튬이온 2차전지 소재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와 각종 스마트기기에 쓰인다.

녹색 신사업 발굴도 정 회장의 최우선 과제였다. 올초 국내 처음으로 쇳물을 만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처음으로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에도 진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업의 외형을 키우고 신사업을 확대해 2020년까지 연간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 없는 쇳물을 위하여

포스코는 올해 세계 처음으로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 3호기를 착공했다. 정 회장의 마지막 꿈, 바로 ‘탄소 발생 없이 쇳물을 만드는 것’과 연계되는 작업이다. 일반 제철소는 쇳물을 만들 때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파이넥스는 이런 중간 과정을 생략한 기술이다. 경제성을 35% 높이고 제조원가를 15~17% 절감할 수 있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 3%,질산화물 1%,비산먼지 28%만 배출해 친환경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파이넥스 외에도 탄소 추방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원자로를 이용,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쇳물을 생산해내는 ‘수소 환원 제철’ 기법이다. 다만 막대한 자금과 관련 기술이 필요한 과제여서 수소 환원 제철을 당장 개발해내긴 어렵다. 정 회장의 꿈이자, 수십년 후에도 이어갈 포스코의 숙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