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의 한방적 치료…황금 석고 치자 시호 연교 등 처방

'울화병·홧병' 참다가 골병 든다.
울화가 치민다는 말이 있다. TV드라마를 보면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모습이라든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때를 바로 울화가 치민다고들 한다.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증상인데 옛부터 홧병이라고 불렀다.

홧병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을 경우 더욱 쉽게 발생한다. 분노를 직접 발산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억압하게 되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증상이다. 신경예민, 짜증, 불안, 초초 등을 비롯해 불면증, 손발냉증, 만성피로, 두통, 어지럼증, 이명 등 증상이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증상이 홧병에서 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합병증을 동반하는 등 더 큰 병을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홧병의 증상

홧병을 앓게되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게 되는데 소화기, 생식비뇨기 계통과 호흡기·심장 계통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속이 메스껍거나 쓰리고 아프다. 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소화기 계통에 나타나고 생식비뇨기 계통에서는 변을 자주보거나 생리 색이 변하고 냉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얼굴이 달아 오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와 손발이 차고 부을 때는 홧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외에도 정신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불안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면서 정신 집중이 힘들어진다. 기억력도 감퇴하고 우울해지는 것이 홧병의 또 다른 증상이다.

◆홧병 치료, 어떻게 하나

홧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일반 병원을 찾을 경우 정확한 병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한방에서 홧병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한방에서는 홧병으로 인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위를 심장이라고 본다. 또한 몸 안의 오장육부가 서로 연결돼있다고 보기 때문에, 홧병으로 인한 심장 치료를 위해 다른 장기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치료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컨대 간장은 분노를, 심장은 기쁨을, 비장은 생각을, 신장을 공포를, 폐는 슬픔을 각각 주관한다고 보고 있다. 홧병의 경우 우울증과 상반되는 병리를 가지는데, 일반적으로 분노가 일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는 마음 속의 분노가 발산되지 못하고 몸 안에서 자신의 몸을 태우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치료 보다는 완화시켜주는 약재로 균형을 이루도록 돕는다.

◆홧병을 치료하는 한방약

심장의 열을 낮춰주는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한약은 황금, 석고, 치자, 시호, 연교 등이다.

황금은 가슴의 열을 내리고, 석고는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마음의 불길을 꺼주며, 치자와 연교는 열을 방출하는 심장에 냉각수 역할을 한다. 시호는 간의 열을 내려 폭발하는 분노를 잡아준다.

한방 의학만의 홧병 치료 과정에 대해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서의 홧병 치료는 체질과 상황을 고려해서 진행한다”며 “질병의 성질을 구분해 천연물질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이어 “몸 안의 기운까지 북돋우는 한방의 홧병 치료는 부작용 없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살려준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