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법지원인 적용 범위를 자산 3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로 정했다. 상장회사 4개 가운데 1개는 당장 4개월 후부터 준법지원인을 둬야 해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시행령 안을 대통령 업무 보고(26일) 이후인 오는 28일 입법예고 한다. 시행령 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4월15일부터 적용된다. 앞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에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담당할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두도록 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상장회사 1722개(유가증권시장 728개, 코스닥시장 994개) 가운데 자산 3000억원 이상은 448개사(유가증권 387개, 코스닥 61개)로 26%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53.1%, 코스닥은 6.1%가 적용받는다.

재계와 법조계가 준법지원인 적용 범위를 놓고 대립해온 가운데 이번 시행령 안은 정부가 법조계 편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무부 주최로 지난 10월 말 열린 ‘상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는 자산 1000억원 이상,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도입을 주장했다. 양측 사이에서 학계는 절충안으로 자산 5000억원 이상을 제시해왔다.

경제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준법 경영을 위해 기업들은 감사위원회, 상근감사, 내부회계관리제, 사외이사 등의 내부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며 “이중 규제가 우려스러운 데다 적용 대상까지 너무 넓어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조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변협은 모든 상장사에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시행령 안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면서도 “재계 안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아진 데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수언 기자 van7691@hankyung.com

■ 준법지원인

기업에 고용돼 내부의 의사결정 및 업무 집행에 대한 통제시스템을 마련하고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진단·관리하는 법률 전문가. 기업 경영에 따른 각종 분쟁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변호사, 법대 교수 등으로 자격요건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