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 특허분쟁 대비 전문가 집단 키워야"
“자유무역협정(FTA)은 거대한 경제교과서 그 자체입니다. FTA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용기와 선택이 필요합니다.”

박성필 KAIST 지식재산대학원(MIP) 교수는 23일 서울 도곡동 KAIST 캠퍼스에서 열린 ‘한·미 FTA 시대의 지식재산전략 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는 한국경제신문 KAIST가 공동 주최하고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가 후원했다.

박 교수는 “관세가 내려 수출이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나 수많은 규제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공포가 엇갈리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은 관세인하(철폐)의 전제조건인 원산지 규정 충족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실질적 변형’을 판단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변형은 외국 부품을 써도 독자 기술을 가미해 ‘우리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기준으로 협정 내용 및 제품 등에 따라 상이하다. 그는 “FTA에 대한 전 사회적 교육이 절실하며 금융, 조세, 거래 및 협상, 분쟁조정 등에 대한 새로운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나르는 한국의 인터넷 풍토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테일러 워시번 KAIST 방문교수는 “올해 10월 미 의회에서 온라인 해적질 금지법안(Stop Online Piracy Act)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권리침해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에 대한 제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이 법안에 대해 한국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FTA로 특허침해와 관련한 국경조치(지재권 침해물품에 대한 세관의 통관 유예 조치)가 증가하고 비밀유지명령제 도입 등으로 인해 소송절차가 침해 입증에 유리한 방향으로 점점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유지명령제는 명령을 받은 소송 당사자가 기밀을 외부에 유출하면 수익추구 등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도 바로 처벌하는 것으로 한층 강화된 특허권 보호제도다.

조 변호사는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 특허출원 및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특허-허가연계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 등재의약품의 안정성·유효성을 근거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할 경우 등재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와 특허권자에게 품목허가를 신청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재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는 한국의 여건상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며 “무역구제조치 증가로 정부 부처별 업무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FTA 협정상 의무 이행을 위해서 전반적인 법제도 수정이 필요하고, 사소한 절차적 조항 위반도 미국이 FTA 위반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