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내년 첨단 소재사업 진출…2~3개社 지켜보고 있다 "
“그동안엔 기존 사업을 추스르고 수익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어요. 변화와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제 기반을 다진 만큼 앞으로 한솔홈데코가 빠르게 바뀔 겁니다.”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전문건설회관 27층 집무실에서 만난 고명호 한솔홈데코 사장(59)은 자리에 앉자마자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지켜봐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고 사장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내년 중 첨단 소재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의 강점과 신규사업의 역동성을 묶어내 변화와 융합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승부사’로 불린다. 2009년 2월 구원투수로 나서 4년 연속 매출 감소와 적자 늪에 빠져 있던 회사를 곧바로 흑자로 돌려놓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삼성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5년 한솔그룹으로 옮겨 인사홍보 담당 임원과 한솔개발 부사장 등을 거쳤다.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건자재 업황이 몇년째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부임 이후 탄탄한 성장기조를 다진 비결은 무엇입니까.

“2005년 아산공장 매각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주력사업이던 중밀도섬유판(MDF) 업황이 나빠진 데다 강화마루 등 바닥재 경쟁이 심화된 탓이었죠.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뉴 비전 2015’를 내놓았어요. 2015년까지 매출 3000억원, 경상이익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행복한 공간을 생각하는 고객가치 창출기업’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기업이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결정짓는 힘은 내부에 있다고 봅니다. 각고의 인내와 노력 없이는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고, 혁신이 없으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적자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던 겁니다. 계획했던 것보다 성과가 좋아 2015년까지 매출 4000억원, 경상이익 250억원으로 목표를 최근 상향 조정했습니다.”

▶부임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임직원들의 의식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경영 상황이 악화된 탓에 당시 조직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어요. 경영설명회 등을 통해 직원들과 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지향할 목표를 확산하면서 조직 분위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무기력하고 패배감에 눌려 있던 모습을 딛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거죠. 이것이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이사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도 바꿨습니다. 팀장 등 실무책임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죠. 생산 영업 지원 등 모든 조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흑자 전환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일단 직원들의 자신감이 살아나니깐 위기 대응력도 몰라보게 달라졌죠. 2010년 2월에 익산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200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불과 두 달도 안 돼 복구를 마쳤습니다. 최신 설비를 갖추게 돼 경쟁력이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됐고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건자재 시장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내년 사업 전망을 어떻게 봅니까.

“내년엔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지난해 1415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750억원, 내년 2200억원으로 매년 20~30%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솔홈데코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도 불구하고 동종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생산 혁신과 유통망 강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동안 공정 최적화,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친환경 원자재 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키운 덕분이죠. 올초 선보인 친환경 벽 마감재 브랜드 ‘스토리월’과 목분 등 신규 사업이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제품 포트폴리오, 고객 만족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으로 토털 인테리어 서비스에 나설 겁니다. 제재목 목분 바닥재 등 기존 제품에 천장재 블라인드 외장재 등의 아이템을 추가해 인테리어 관련 아이템을 망라할 계획입니다. 내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신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준비 중인 신규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입니까.

“건설 경기에 좌우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차원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창출, 그린 및 리사이클링 관련 미래 핵심 기술, 첨단 소재사업 등을 201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하는 로드맵을 수립해 놓았습니다. 1단계는 목질 소재 분야의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MDF와 제재목의 부산물인 톱밥 등을 활용해 목분 사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이 분야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2단계는 그린 및 리사이클링 사업입니다. 익산공장의 목재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를 갖추는데 12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연간 80억원에 이르는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3단계로는 M&A를 통해 첨단 소재사업에 신규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2~3개 소재 관련 기업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최근 주가가 주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부진한 모습입니다. 향후 주가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건자재 업황이 워낙 나쁘다 보니 전반적으로 주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향후 주가에 대해서는 낙관합니다. M&A를 통해 소재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재평가받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자연스럽게 기존 사업의 내실화도 재조명받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는 주당 2000원대를 무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