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2일 조정 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시가 단기 급등한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 도입한 3년 만기 장기 대출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대외 호재에 힘입어 3%대 급등세를 보이며 1848.41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이 단기 국채 발행에 성공하고 미국 주택지표 개선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큰 폭의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3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3299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1519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ECB 장기 대출, 경제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를 나타낸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전날 새로 도입한 3년 만기 장기 대출에 총 4890억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증시를 상승세로 이끌지 못했다. 전미중개인협회(NAR)가 집계한 지난달 미국 기존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4.0%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ECB의 지원으로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럽 재정 위기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에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523개 유럽은행에 대해 저금리로 3년 만기 장기대출을 실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매입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CB의 장기 대출이 은행들의 국채 매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 하다" 며 "유럽 은행들은 올해 이미 650억 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를 처분했으며 여전히 적지 않은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은 내년 6월까지 핵심 자기자본(Core Tier 1) 비율을 9%로 맞춰야 한다. 국채를 매입하면 확충해야 하는 자본 금액이 늘어날 수 있어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ECB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고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여전해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3년 만기 장기 대출이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할 경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의 재원 규모 및 유럽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부족 논란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유럽 국가들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끊이지 않아 언제든지 심리적인 압박감이 높아질 수 있고 유럽사태가 근원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추가 반등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주식시장도 이제 6거래일을 남겨 놓고 있어 지수가 추가적인 상승을 시도하더라도 상승 탄력보다는 종목별 대응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는 이어 "박스권 움직임에 무게를 둔다면 키 맞추기 매매를, 유럽 뉴스가 연말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유로화 약세를 감안해 경기 방어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