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K-게임'이다…수출액 K팝의 14배 달해 2조 '훌쩍'
“수출 50% 증가는 기본이죠. 해외에 신천지가 열리고 있어요.”

조영기 CJ E&M넷마블 대표(45)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국 내수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동력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체 온라인게임 개발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 정도”라며 “한국 게임들이 먹힐 수 있는 곳에서 현지법인 설립과 인수·합병(M&A) 등의 시장확대 전략을 전방위로 구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팝 압도하는 한국게임
이제는 'K-게임'이다…수출액 K팝의 14배 달해 2조 '훌쩍'

K(한국)-게임이 세계를 향해 뛰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등으로 한국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수출 측면에서 보면 게임은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한국의 콘텐츠산업 수출액 3조3977억원 중 게임 부문 금액은 1조8121억원으로 전체의 53.3%를 차지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을 이끈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등이 올린 음악 부문 해외 매출은 1347억원으로 게임 수출액의 7%에 불과했다.

한국 게임은 이제 문화산업의 간판 상품이다. 수출 규모는 4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한국 게임이 진출한 곳을 표시하면 세계 인터넷망이 구축된 지역과 정확하게 일치할 정도다. 올해 게임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34% 정도 늘어난 21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넥슨을 필두로 주요 게임업체들이 해외시장 매출확대를 사업계획 첫 순위에 올려 놓아 3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전체 매출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미 해외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며 ‘국민게임’이라 불리는 한국 게임도 수두룩하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KOG의 ‘그랜드 체이스’는 브라질, 엠게임의 ‘열혈강호온라인’은 태국, 조이맥스의 ‘로스트사가’는 인도네시아,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는 필리핀 등에서 강력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전문업체 게임빌과 컴투스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앱 장터에 1위 유료 게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 내수 추월

여기에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의 일본법인 넥슨재팬이 지난 14일 도쿄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한국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넥슨은 ‘스타크래프트’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소셜게임업체 징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온라인게임사가 됐다.

한국 게임의 인기 요인으로는 높은 상품성이 꼽힌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다. 넥슨이 1996년 만든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의 표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업체가 게임 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 ‘퍼스트무버’”라며 “한국 게임사는 선도업체로서 경쟁력이 아직도 뛰어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소셜 게임 등 최근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만 내놓으면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사장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은 1인칭슈팅(FPS)게임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게임 수출이 늘어나면서 개별 기업들의 매출구조뿐만 아니라 업계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넥슨의 올해 예상 매출은 852억엔(1조2600억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6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기준으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78%, 와이디온라인 56%, 웹젠 54%, 네오위즈게임즈 53% 등은 이미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출지향형 기업으로 거듭났다. 또 네오위즈게임즈는 해외 실적을 발판으로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업계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로 대박을 터트린 스마일게이트는 2년 전만 해도 15위권 밖이었지만 게임사 ‘빅5’ 안착이 확실시된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 대작 게임이 잇따라 나와 수출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30억달러 수출은 무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