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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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일찌감치 'AI 컴퍼니'를 표방한 데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날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기존 통신사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 먹거리로 AI를 키우겠다는 뜻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기업의 새로운 비전과 포부를 담은 슬로건 'KT, 당신과 미래 사이에'를 처음 공개했다. LG유플러스도 같은 날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아 '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Growth Leading AX Company)를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해 기업 브랜드 캠페인 'AI는 어디에나 있다(AI to Everywhere)'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선 3월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AI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 SK텔레콤'과 엠블럼을 선보였다.

이통사들의 슬로건은 주력 분야와 서비스를 보여준다. KT는 2020년 '디지코(DIGICO)'를 내세워 디지털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새로운 대표 취임 이후 AICT로의 전환을 목표로 통신과 AI의 결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사랑더하기 LG 유플러스', '일상을 바꿉니다', '왜 안돼(WHY NOT)?' 등 이용자 중심의 슬로건과 캐치프라이즈를 공개해 왔다. 올해는 AI 용어를 직접 브랜드 슬로건으로 앞세워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전면화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17일 온라인 성과공유회에서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DX)에 집중해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회사가 되자는 의미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최근 AI나 DX 분야에 대한 국민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브랜드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투자 금액을 보면 이 같은 방향성은 뚜렷이 드러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 1분기 연구개발(R&D)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1분기 R&D 금액은 391억3900만원으로 전년 동기(322억4600만원) 대비 21.38% 증가했다. SK텔레콤은 900억9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9.28% 늘었다.

KT는 이통사 중 유일하게 603억4700만원에서 571억100만원으로 5.38% 감소했는데, 지난해 말 정년퇴직 인원 증가로 인해 직원 수가 줄면서 인건비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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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채용도 AI와 IT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KT는 200억~300억원을 들여 올해 최대 1000명 규모의 AICT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달 AI 분야 미래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 'SKT AI 펠로우십' 지원자를 모집했고, LG유플러스도 미래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유레카(URECA)'를 개설해 실무 역량을 갖춘 IT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AI콘택트센터(AICC),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기술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한 수익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중 통신사 특화 모델인 '텔코 LLM' 개발을 완료할 예정. 통화녹음 서비스인 AI 비서 에이닷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기준 가입자 340만명을 돌파했다. KT도 AI 전환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했다. 또한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AICC 사업에 주목, '믿음'을 AICC 서비스에 적용하는 기술 고도화 작업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 또한 자체 AI 브랜드 익시(ixi)의 초거대 AI 엔진 '익시젠' 기반 챗 에이전트 서비스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통신사가 통신업만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가장 주목받는 미래기술인 AI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개발과 투자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AI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속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