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조건부 등원'을 결정했지만, 등원조건을 두고 한나라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을 문제삼으며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게 됐다"고 비판하고 나서, 원내지도부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한나라당을 맹비난하며 민주당이 제시한 8가지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조건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특검 도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촉구결의안 ▲미디어렙법 제정 ▲정개특위 가동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 ▲론스타 국정조사 ▲복지예산 증액 등이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등원하지 않기 위한 명분쌓기'라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제시한 조건은 최소한의 것이고 실제 등원을 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를 내세워 전면 쇄신을 한다는데 등원을 위한 진지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쇄신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한나라당의 주장은 마치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압박했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SBS 라디오에 출연, "한나라당에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처리한 이후 20일 이상 국회가 공전됐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당내에서는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로 협상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원내지도부가 무리하게 조건부 등원을 결정하면서 투쟁동력도 약화되고, 등원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이 등원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나라당에 협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며 "민주당이 먼저 등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한나라당이 우리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가 올해를 넘길 경우 여야 모두 강한 비판을 면할 수 없어 전격적으로 합의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

노 수석부대표는 "우리 주장이 100%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성의를 표하고,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수정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