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이어 기존 참여국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도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에서 사실상 탈퇴하기로 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모두 빠짐에 따라 교토의정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다만 각국은 2020년부터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새 기후체제를 출범시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것에 대비해 그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러시아마저 탈퇴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막을 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각국 대표단은 38개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연장키로 했다. 교토의정서는 당초 내년 말 만료될 예정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부속조항을 통해 일본 러시아 캐나다는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교토의정서 연장은 의미가 없다며 총회 기간 동안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전체의 24%로 1위이고 미국(18%) 인도(6%) 러시아(5%) 일본(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고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러시아 등이 끊임없이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가 빠진 상태에서 일본 러시아 캐나다까지 교토의정서를 탈퇴함에 따라 사실상 선진국 중에는 유럽연합(EU) 국가들만 의무감축국으로 남게 됐다.

더반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은 EU 등에 적용될 교토의정서를 2017년이나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12월 열리는 카타르 총회에서 최종 연장기간이 결정된다.

◆한국은 2020년 의무 감축 예상

이번 회담에서 각국 대표단은 2020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변화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미국 중국을 포함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국가를 참여 대상으로 정했다. 각국은 내년 상반기부터 새 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2015년 새 의정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 의정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일본 러시아 등이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새 의정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할 확률이 높다. 또 개도국 중 인도는 감축 의무 대상국에 포함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개도국은 자발적 감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한국은 최소한 2020년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비의무국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자발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한국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여될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도 의무감축국 편입을 끝까지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과 미국의 참여 여부가 한국 참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연철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우리나라가 개도국 중 선도적으로 의무감축국에 편입되겠다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중국 등 다른 개도국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이에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강경민 기자 beje@hankyung.com

■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협약. 의무이행 대상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러시아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총 38개국이고 각국은 2008~2012년 사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감축 대상 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여섯 가지다. 미국은 2001년 탈퇴했으며 이 협약은 2012년 말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