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도 팔고 ‘손품’도 판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의 금융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표현한 말이다. 최근 발품을 팔아 각 은행 창구를 다니며 지점장 전결금리까지 꼼꼼히 챙기는 소비자가 많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를 수시로 드나들며 손품을 파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종전처럼 ‘아는 은행’에서 ‘아는 직원’에게 으레 상담을 받고 신상품에 가입하다간 물가상승률만큼의 수익도 기대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요즘에는 예·적금의 경우 가급적 온라인에서 가입하는 추세다. 금리를 더 얹어 받기도 어렵고, 그나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가입자에겐 추가 금리를 얹어주기 때문이다.

대출상품 중 주택담보대출은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대세다. 변동금리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이라면 유리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변동금리의 경우에도 일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보다는 코픽스 기준 6개월, 1년 단위 변동금리를 택하면 고정금리와 비슷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지점장 전결금리 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예전만큼 폭이 크진 않은 편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감독 당국의 지시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상품 금리 ‘굿’
'발품' 팔고 '손품' 팔면 이자 두둑해져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젊은 층의 생활스타일에 맞게 개발된 스마트폰 전용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금리 조건이 더 좋은 경우가 많아 눈여겨볼 만하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뱅킹서비스 앱 ‘신한 S뱅크’를 통해 커플·스마트폰 전용 예·적금 상품인 ‘신한 두근두근 커플 적금’과 ‘신한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두근두근 커플샷 앱에서 커플 인증을 받고 사진을 공유하면 연 0.3%포인트, 커플이 함께 적금에 들면 연 0.2%포인트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최고 금리는 연 4.3%로 통상 정기예금보다 높은 편이다. 커플정기예금은 500만원 이상 가입하고 커플 인증을 받으면 연 0.2%포인트까지 금리 우대를 받아 최고 연 4.31% 금리를 챙길 수 있다. 가입 한도는 1000만원 이하다.

국민은행의 ‘KB국민 첫재테크적금’도 스마트폰 전용 뱅킹서비스인 ‘KB스타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나 일정 금액 이상 목돈을 마련한 고객들에 최고 연 0.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또 가입 후 계약기간 동안 KB스타뱅킹 혹은 KB모바일뱅킹을 통해 1회 이상 이체거래를 하는 고객에게는 연 0.1%포인트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자유적립식이며 기본이율은 연 4.5%지만 복리효과(0.2%포인트 상승)와 각종 우대이율을 감안하면 최고 연 5.2%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만 18~38세 개인고객은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장기고정금리 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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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장기·비거치식·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이에 발맞춰 속속 내놓고 있는 상품들은 시장 환경보다 정책적 수요에 맞춘 상품이어서 소비자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고정금리형 혼합금리를 적용하는 ‘금리고정 모기지론’을 선보여 약 4개월 동안 1조6500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새 상품을 출시했다. 신규 대출 시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장기고정금리 모기지론’이다. 대출기간은 최소 5년에서 최장 20년까지다. 거치식과 비거치식 모두 가능하며 비거치식을 선택하면 0.2%포인트 특별 우대금리와 인지대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주택구입자금으로 주택신보 출연 대상일 경우 대출기간 10년 이상을 선택하면 출연료가 저렴해진다.

대출금리는 2일 기준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은 연 4.49~6.26%다. 아파트 외 주택담보대출은 연 4.69~6.46% 수준이다. 일례로 15년 만기 구입자금용 아파트 담보대출인 경우 연 5.07 ~ 6.07% 사이의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이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지금 利대로 신한 금리안전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 만기까지, 혹은 5년, 7년 등 소비자가 택한 기간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장기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이다. 기본형은 3~15년 만기로 계속 같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리는 연 4.8~5.6% 선이다. 혼합형은 5~30년 만기로 5년 혹은 7년을 고정금리 기간으로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가 붙어 1년마다 변동하는 금리 구조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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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지난 4월 출시한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은 대출금리가 연 4.82~5.33%로 조건이 좋았지만 1조원 한도로 판매한 상품이어서 11월 말 판매가 종료됐다.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전세대출을 원할 경우에는 우리은행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인터넷 전세대출 ‘아이터치론’을 고려해볼 만하다.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계약금으로 지급한 개인으로 1년 이상 소득증빙 자료 제출이 가능한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소득증빙이 없어도 된다. 대출 한도는 임대차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 최대 1억6600만원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서를 받으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

통상 지점을 찾아가 장시간 상담해야 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돌렸기 때문에 금리 조건이 좋은 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6개월 변동형 대출금리를 고른다면 연 5.04% 정도다.

◆‘나눔’을 금융상품으로
'발품' 팔고 '손품' 팔면 이자 두둑해져요

하나은행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이어받아 운영되는 천주교 산하 사회공헌단체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손잡고 다양한 나눔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종류는 ‘바보의 나눔 통장’ ‘바보의 나눔 적금’ ‘바보의 나눔 체크카드’ 3가지다. 지난 7월 출시돼 지난 1일까지 통장은 10만1000좌(690억원), 적금은 14만9000좌, 체크카드는 12만2000좌 가입실적을 기록했다. 좌수당 100원씩 기부금을 하나은행에서 재단에 기부한다. 기부금은 다문화가정을 돕는 사업에 쓰게 된다. 적금은 만기 해지금액을 재단에 이체할 경우 연 0.5%포인트까지 추가금리를 받는다. 통장은 장기기증희망 등록자에게 매월 제한없이 전자금융 타행이체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영업외시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준다. 체크카드는 사용금액 2만원당 200원 캐시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적금의 경우 만기 해지 시 바보의 나눔 재단으로 전액이체 조건을 선택한 사람이 70%에 이른다”며 “상품을 통해 나눔 문화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