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처리의 여파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 내년 총선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개특위는 지난 10월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외국민선거 관련 법을 처리한 이후 한번도 회의를 열지 못했다.

정기국회가 열린 지난 3개월 동안 단 한차례의 회의만 열린 셈이다.

정개특위는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동안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한미FTA 사태로 전격 취소됐다.

그러다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산적한 현안에 손도 못대고 있어 정치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정개특위가 오히려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쟁점은 ▲선거구 획정 ▲석패율제 도입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통합선거인명부 작성 ▲당선무효 관련 후보자 가족 범위 조정 ▲지구당 부활 ▲중앙당 후원회 허용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허용 ▲정치자금 공영제 등이다.

특히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들의 `생명줄'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여야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달 25일 `8개 지역구 분할, 5개 지역구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획정안을 마련해 정개특위에 보고했지만, 정개특위는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의 1차 시점은 지역구별 선거비용을 확정해 공고하는 날인 지난 3일이었고, 2차 시점은 예비후보 등록일인 13일이지만 이날까지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구ㆍ합구 대상 지역 국회의원이나 원외위원장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구 대상인 전남 여수을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지역에서는 관심이 지대하다"며 "예비후보 등록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선거구를 획정해야 향후 정치 일정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등원할 계획이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완강해 당분간 공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에서의 정치개혁은 물건너간 만큼 내년 1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한두달 앞두고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논의를 하다 보면 정치개혁은 무위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개특위 이경재(한나라당) 위원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빨리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정개특위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