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BNP파리바 "기준금리 낮출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난을 해결하려는 각국이 유동성 확대에 나서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각국이 서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했음에도 경기부양 쪽으로 급선회하려는 것은 불황이 예상외로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유동성 확대 형태는 기준금리, 달러 스와프 금리, 지급준비율 인하 등 다양하지만 목표는 경기 연착륙 유도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시중 통화량을 늘릴 계획은 아직 없어 보인다.

물가 부담이 여전한 탓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이런 기조가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불황이 심화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침체 막아라"…유동성 확대 본격화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11.5%에서 11.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8월, 10월에 이어 올해 세번째다.

인도네시아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6.5%에서 6.0%로 내렸다.

10월 이후 두 달 연속 단행된 금리인하다.

중국은 내년 초부터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춘다.

지준율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이후 3년 만이다.

긴축정책 완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터키(8월), 이스라엘(9월), 유럽연합ㆍ호주(11월)도 하반기 들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의 압권은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스위스, 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이 지난 1일 달러 스와프 금리를 대폭 내린 것이다.

이 조치에 화답해 각국의 증시가 폭등했다.

유럽의 신용경색 완화는 물론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기의 연착륙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다.

◇ 한은,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움직임에서 한은은 철저히 고립돼 있다.

불안한 물가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석 달 만에 4%대로 올라섰다.

금값 등을 반영한 구(舊) 지수로는 4.6%에 달한다.

물가 안정은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취업자 수, 수출증가율, 경상수지 흑자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양호한데도 경기 흐름 조짐이 심상찮다.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권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내수판매가 곤두박질 치고 유통업체 매출 성장률이 뚝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10개 외국계 투자은행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미 3.6%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의 4.5%보다 0.9%포인트나 추락한 수치다.

UBS는 2.8%까지 낮췄다.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물가가 3%대로 안정된다면 한은의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금리 인하의 명분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르면 그 시기는 내년 초가 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유동성 완화의 물결 속에서 한은만 금리동결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연 연구원은 "내년 초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침체한다면 1분기에, 서서히 둔화한다면 2분기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도 이런 전망에 동의했다.

11월 근원소비자물가(변동성 심한 석유류ㆍ농산물 제외) 상승률이 3.5%로 물가 목표치 안에 있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