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핵심운용역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김성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위탁운용팀장은 사표를 내고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김 팀장 외에 운용역 2명이 더 사표를 냈고, 추후 보험업계 등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의사가 있는 운용역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들어 겪은 내우외환(內憂外患)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일단 수익률이 좋지 않다.

국민연금의 9월말 현재 주식투자 누적수익률은 -14.01%를 기록했다.

9월 말까지 코스피 수익률(-13.72%)을 밑돌았다.

지난 7월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소속 간부가 거래 증권사 선정평가를 하면서 정성(定性)평가 점수를 조작하고, 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일부 직원은 증권사 영업직원한테 향응을 받으며 `슈퍼 갑(甲)'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직원들이 단란주점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직원이 입건되기까지 하면서, 중징계가 잇따랐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감사원 감사 후 '국민연금 기금운용 혁신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해 기금운용 혁신방안을 만들었고, 그 일환인 내부통제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내부통제규정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했던 운용역이 민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한 후에라도 공단 재직 중 저지른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근무중인 금융회사와 국민연금 간 거래가 최장 5년 제한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손가락질을 받을 짓을 하기는 했지만, 새로 적용되는 내부통제규정은 지나치게 엄격해 옮길 결심을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거래회사 선정이 해당 회사의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새 내부통제규정이 시행된다면 아무도 국민연금 출신을 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