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다. 최근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인물과 사상’ 12월호에 “3억원이 넘는 큰 빚에 시달리는 무능력자가 ‘강남 좌파적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해온 것은 그의 ‘대통령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삶과 관련돼 있다”고 썼다.

따라서 그는 보통 시장이 아니라 차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지 모를 시장이다. 또한 정치적 행정적 경력 없이 하루아침에 비약한 ‘무검증’ 시민운동가 시장이다. 거대한 서울시 운영자로서 박 시장의 향후 행보는 검증할 기회 없이 돌출하는 대권후보자의 기량(器量)을 가늠하기 적당한 거울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국민은 그의 하루하루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취임 첫 달 행보는 가장 솔직하게 박 시장의 내면을 보여줄 것이다.

[다산칼럼]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자
박 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쾌도난마로 좌파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거침없이 초등생 전면무상급식, 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서울시와 산하 기관 비정규직 28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 취임 2주도 안 돼 ‘토건 사업’을 삭제하고 복지지출을 확 늘리는 ‘박원순 표 2012 서울시 예산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런 전광석화 같은 정책결정은 우유부단과 정체성 상실로 아무것도 못하던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직업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충격의 장면이다. 그를 찍은 시민들은 갈채할 것이며 일반시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줄 것이다. 사람들은 이념이 다르더라도 신념 솔직 용기로 뭉친 지도자에게 감명을 받고 무신념 무능력 기회주의자에게는 불신과 멸시의 시선을 보낸다. 앞으로도 정체성 상실로 ‘짝퉁좌파’가 된 한나라당 모습은 박원순 집단의 선명한 컬러에 비교, 조명될 것이다.

지난 한 달간 박 시장은 좌파시장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청년창업기금을 3년간 3000억원 조성하기 위해 매년 대기업에 500억원의 협찬을 요구하고 이를 서울시 예산책정에 편입했다. 정부예산에 걷지도 않은 기업협찬금을 산입하는 기상천외의 행태다. 이는 민간 기업을 ‘정부의 쌈짓돈’으로 보는 사회주의적 관념이 뿌리박혀 있음을 증명한다.

박 시장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ISD로 서울시도 미국기업에 피소 당해 시민에게 피해를 줄 것, ISD에서 패소하면 서울시에 큰 재정 부담, 한ㆍ미 FTA 발효 시 서울시 세수가 260억원 감소되어 감당 못함”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ISD 소송당사자는 ‘국가’이므로 지자체인 서울시가 피소나 패소될 일이 없고, 이미 중앙정책부서들이 “FTA로 인한 지방세수 감소액 1388억원은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는 데 합의한 후 서울시에도 통보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무엇보다 박 시장이 무조건 개방을 반대하는 폐쇄적 좌파와 같은 편임을 증명한다. 인구 1000만명인 국제도시의 장은 최소한 ISD가 문명국가 간 협정에 국제적 표준으로 정착된 제도이며 우리만 빼 달라는 뻔뻔한 작태는 선진무역국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임을 알아야 한다. 좌파를 편들어야 하겠다는 시민운동가적 조급함이 위의 행정적 실수를 불러왔으리라.

박 시장은 동국대 학생들에게 “등록금 철폐투쟁은 왜 안하나? 감옥에 꼭 가보라”는 연설을 했다. 이런 시장의 뜻에 따라 향후 시내 도처에서 심야 촛불시위, 범법-무질서시위가 범람할 것이 예상된다. 쉼터가 널려 있는데도 서울역청사에 늘어져 자는 노숙자들을 쫓아내지 말라고 코레일에 협조공문도 보냈다.

서울은 세계 10위의 글로벌 시티다(포린 폴리시 랭크 2010). 시민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국제경쟁력에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고용 품격 위상이 달려 있다. 박 시장은 아직 친 좌파 시민시장의 모습만 보였지 글로벌 시대 국제적 메가시티 시장으로서의 그릇은 보여주지 않았다. 향후 그의 시장 행보는 불확실성 많은 우리정치를 인도함에 좋은 판단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