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메랑 키즈
윈스턴 처칠은 외아들 랜돌프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려서부터 특별 대접을 받아서인지 싹수는 없고 경망스럽기로 유명했다. 대학을 때려치고 사교계를 들락거리는 걸 보다 못한 처칠은 정치라도 해보라고 권했다. 24살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 것을 시작으로 7번 출마했으나 6번이나 떨어졌다. 내내 낭비벽을 고치지 못하다 결국 술 때문에 57세의 나이로 죽었다.

토머스 에디슨도 아들 때문에 속깨나 썩였다. 첫째 아들 토머스 주니어는 사기꾼이나 다름없었다. ‘전기 활력 회복기’라고 이름 붙인 가짜 건강기계를 만들어 팔다 고발당하는 등 끊임없이 사고를 쳤다. 둘째 윌리엄도 마찬가지였다. 손 대는 사업마다 실패하자 에디슨은 매주 40달러씩 생활비를 대줬다. 윌리엄의 아내는 한술 더 떴다. 그 돈으로 어떻게 사느냐고 투정 섞인 편지를 에디슨에게 보냈다니 기가 찼을 게다.

처칠과 에디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미국에서 자립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 인구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5~34세 남성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19%로, 2005년보다 5%포인트나 높아졌다. 성인 남성 5명 중 1명꼴로 자립을 못했다는 뜻이다. 같은 연령대 여성은 10%로 남성보다는 낮았으나 2005년보다는 2%포인트 올라갔다.

핑계는 여러가지다. 경험을 쌓겠다며 휴학한다, 독립 운운하며 집을 나갔다가 힘들면 슬쩍 돌아온다, 한 가지에 매달리기보다는 이것저것 손댄다…. 경기침체 여파라지만 노후 대비가 잘 안돼 있는 부모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노부부가 마흔이 넘도록 집을 떠나지 않는 아들을 내쫓기 위해 법에 호소해 화제가 됐다. 밥과 빨래는 물론 다림질까지 요구하자 소비자협회에 아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빌붙는 자식들을 피해다니는 ‘도망노인’들이 생겨났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한 취업포털사이트 조사 결과 남성의 첫 입사 나이가 만 28.7세란다. 근 30세가 돼야 직장을 잡는다는 얘기다. 취업난 탓도 있겠지만 자식을 품에 끼고 돌아 독립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녹록지 않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세상이라면 아낌없이 그 속으로 던져넣는 게 최선이다. 다 알면서도 가엾어서 그렇게 못한다면 자식이 부메랑 키즈가 돼도 할 말이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