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중국 경제 지표도 예상을 밑돌면서 23일 코스피지수가 2% 이상 급락해 178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800선을 오전부터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단기 국채 발행 금리 상승, 유럽 은행권 부실화, 중국 구매관리지수(PMI) 제조업 지수 부진 등을 증시 급락 배경으로 지적하며 증시가 단기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1700~1750대를 지수 하단으로 제시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지난밤 스페인의 단기 국채 발행 금리가 상승하고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유럽 재정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약 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에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들과 같이 유럽 은행들의 파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남유럽 국채 처리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나와야 하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한계 등으로 은행 손실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기 보다는 주변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더 이상 펀더멘탈과 모멘텀의 변화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과 미국에 이어 마지막 보루인 중국 경기지표까지 부진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판단했다. 이날 장 중 HSBC는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8.0을 기록, 지난 2009년 3월 이후 32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럽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커다란 호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증시가 1700~1750까지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시장 악화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 조속히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 수석 연구원은 "유럽 지역에서 긍정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을 경우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라면서도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그는 "최근 금융 시장이 나빠지면 정책을 미리 쏟아놓고 나중에 합의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회담을 전후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줄 만한 조치가 구체화되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오정민·정현영·최성남·이민하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