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면무효 장외투쟁" 與 일각 "김선동 제명해야"
與 쇄신 소용돌이 野 통합 가속페달..정치권 지각변동

한나라당이 22일 민주당 등 야당의 강력 반발 속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기습처리하면서 정치권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야당이 전면적인 무효투쟁 선언과 함께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새해 예산안 심사 및 민생법안 처리가 `올스톱'된 것은 물론 김용덕ㆍ박보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사법부의 `부분공백'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당이 진보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대적인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지난 2008년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발생한 `촛불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일각에서 비준안 처리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을 제명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여야는 당분간 극한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여야 대치가 내년 총ㆍ대선과 맞물리면서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비준안 날치기는 어처구니없는 망정이며 비공개회의까지 한 몰염치한 처사"라면서 "오늘부터 비준 무효화 투쟁에 들어가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

만약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 관철할 것이고, 정권교체를 통해서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조약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특히 언론의 취재까지 막고 비공개로 한 것은 법적, 절차적으로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비준안 날치기 규탄대회'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일상적인 내부 회의조차 개최하지 않은 채 `로 키'를 유지하며 여론 동향을 주시했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당분간 음주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오전 MBC 라디오 등에 출연, "민주당이 사실상 미국의 허가장을 요구하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면서 "야권연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정치쇼를 통해 내년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민주당의 의도 때문에 국가이익이 좌절될 수 있겠느냐, 그런 고민을 했다"며 비준안 기습처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 의원은 "최루탄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선동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여야 대치와는 별개로 정치권 전체가 격랑 속으로 빨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쇄신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심각한 내홍이 예상되고, 민주당 등 야권은 지도부 책임론 속에 통합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내달을 목표로 보수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일정부분 정치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