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 100여곳이 과거 조달청과 공공기업이 발주한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원가절감 사유서를 허위로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최대 1년간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돼 파장이 예상된다.

◆약 100개 건설사 제재 위험

조달청은 최근 최저가 낙찰제 공사 입찰에서 허위 증명서(세금계산서)를 제출한 의혹이 있는 85개 건설사를 적발해 이달 말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고 18일 밝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도로공사도 각각 42개와 16개 건설사를 적발,이달 말까지 소명할 것을 지시했다.

발주기관별로 중복 적발된 건설사를 제외하면 약 100개의 건설사가 제재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있고,50대 건설사 중에도 40여곳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간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된다. 조달청은 이달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 갈등이 원인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사에 대한 무더기 제재 방침을 최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 도입과 연결짓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를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에 건설업계가 집단 반발하자 이에 맞서 무더기 제재라는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무조건 낮은 입찰가를 써내야 낙찰이 되는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도 허위서류를 제출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저가 공사를 낙찰받은 뒤 저가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증빙서류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t당 70만원을 주고 산 철근 가격을 40만원에 샀다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꾸며서 낸다는 것이다.

실제 조달청은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 6월 최저가 낙찰제 입찰 서류 간소화 명목으로 시공실적증명서와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실제 대규모 제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 영업이 불가능해지면 경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신인도 악화로 해외 영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조달청 등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집행정지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해놓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일각에서도 실제 집행을 늦추거나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을 고려해 제재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심기/김진수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