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출고지연에 속타는 'i30' 계약자들
"계약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차가 생산조차 안되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

지난달 16일 사전예약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신형 'i30'를 주문한 한 고객이 털어놓은 불만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내놓은 i30가 한 달째 생산이 지연돼 계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지난달 17일부터 울산3공장에서 i30를 양산할 계획이었지만,아직까지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는 생산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일정이 또 미뤄졌다"고 말했다.

'감감무소식'인 차를 기다리는 i30 계약자 수는 11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출고일은 물론 자신의 대기순번조차 알지 못한다.

[취재여록] 출고지연에 속타는 'i30' 계약자들
서울 서초구의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계약 후 2주간 진행상황을 전산으로 조회할 수 있는데,i30는 생산일이 개시되지 않아 조회가 불가능하다"며 "기다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우리도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생산이 지연되는 이유는 사측과 노조 간에 i30 생산라인의 인력,속도,시간 등을 결정하는 '맨아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새 노조위원장의 당선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주간 연속 2교대제 등에 대한 논의에 바빠 생산라인에 대해선 협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신차 출시 때마다 이 같은 생산지연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신차 '벨로스터'와 신형 '엑센트'를 출시했을 때도 공장 노조와 생산인력 투입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2개월 이상 생산 차질을 빚었다.

신형 i30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생산이 시작되더라도 울산공장의 생산능력과 예약대수를 감안하면 고객들은 내년이 돼야 신차를 인도받게 될 처지다. 그럼에도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는 출시부터 출고까지 1~2개월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과거 헨리 포드가 T모델 자동차를 판매했던 제품 중심의 시대에서 가치가 주도하는 '마켓3.0'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출시행사가 아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게 먼저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