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뚱뚱男 날씬女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에서 최근 다뤄진 통통함과 뚱뚱함의 기준이 기발하다. 앉아 있는데 배가 접히면 '통통'이고 서서도 접혀 있으면 '뚱뚱'이란다. 이런 우스개도 있다. 우향우를 했을 때 몸통 돌아가는 시간과 뱃살이나 엉덩이 돌아가는 시간에 차이가 나면 비만이다. 자신의 뺨을 때렸을 때 '찰싹' 소리 대신 '철퍼덕' 소리가 나도 비만이란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2011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모인 20~50대 남녀 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좀 다르다. 비만의 기준으로 남성의 39%는 '복부가 두드러지는 것',여성의 46%는 '평균보다 많이 나가는 체중'을 우선으로 꼽았다. 옷을 입었을 때 이곳저곳에서 드러나는 군살을 꼽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의학적으로는 단순히 배가 나왔거나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비만은 아니다. 식습관과 생활방식이 어떤지,또 체성분 분석을 통해 체지방률,체형,내장비만 여부 등을 따져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이상적인 몸무게에는 문화적인 것과 의학적인 것 두 종류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화적 몸무게는 유행에 따라 자기 생각대로 정하는 일종의 목표 체중이다. 어떤 사회학자는 '날씬해야 예쁘다'는 풍조가 널리 퍼진 탓에 미국 여성들의 문화적 체중이 의학적인 것보다 무려 10㎏이나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남성은 그 차이가 1㎏에 지나지 않는단다. 많은 여성들이 문화적 체중에 정신을 빼앗겨 무리한 감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 남성 비만율이 36.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여성은 24.8%로 최저치로 떨어졌다. 남성 비만율은 1998년 25.1%에서 2001년 31.8%로 올라선 뒤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여성은 1998년 26.2%에서 2001년 27.4%로 반짝 상승했을 뿐 계속 떨어져 왔다. 뚱뚱男(남) 날씬女(여)의 일반화인 셈이다.

주목되는 건 60대부터는 여성 비만율이 43.3%로 남성(37.8%)을 훌쩍 추월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젊은 시절 피나게 다이어트를 하다 나중에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는 데 비해,남성들은 직장생활할 때는 잇단 회식 등으로 과식에 방치되지만 은퇴 후 건강관리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남녀 비만율의 변화가 절묘하다. 이것도 자연의 섭리일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